부동산 광풍과 보유세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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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인 칼럼

부동산 광풍과 보유세 강화

by eKHonomy 2020. 7. 10.

지난 칼럼 이후 무협지 같은 세월이 흘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검찰수사심의위원회라는 ‘숨겨져왔던 기회’를 찾아내 수사 중단과 불기소라는 망외의 소득을 얻었다. 그러나 이것은 ‘기회의 남용’이다.

 

수사심의위는 검찰이 과도한 수사를 못하게 하고, 제 식구 감싸기로 자기편을 불기소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다. 그런데 이 사건 수사는 증권선물위원회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기 때문에 시작된 것이다. 검찰이 없는 사건을 만들어 이 부회장에게 누명을 씌운 것이 아니다. 불기소하겠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구속영장까지 청구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사심의위 권고는 잘못된 것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마땅히 이재용 부회장을 기소하여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 조무래기들만 기소하고 이 부회장은 제외하는 꼼수를 부려서도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윤 총장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 소위 ‘검·언 유착’ 의혹 사건의 수사를 두고 대립하던 추미애 장관 대 윤석열 총장의 대립은 추 장관이 원하는 대로 되었다. 윤 총장이 양보했기 때문이다. 잘했다. 추 장관의 지휘가 적법했기 때문이 아니라, 쓸데없이 꼬투리 잡히는 것을 회피했기 때문이다.

 

추 장관 지휘의 적법성 여부는 어제 추 장관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검찰에 고발당했기 때문에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밝혀질 것이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를 둘러싼 여러 논란도 최 대표가 거짓말에 의한 명예훼손,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이미 고발된 데 이어 법무부 입장문 배포과정에서의 공무상 비밀 유출과 관련한 경위 조사를 통해 그 진실이 가려질 것이다.

 

따라서 윤 총장은 어렵게 지킨 검찰총장 직위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음을 깊이 새겨 이재용 불법승계 사건은 물론이고, 울산시장 선거, 유재수 감찰 무마, 백원우 의원실 허위 인턴, 정의연·정대협 분식회계, 옵티머스 사건 등을 법과 원칙에 따라 공명정대하고 투명하게 수사하여, 국민 앞에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위법행위자는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할 것이다.

 

이처럼 무협지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동안 현 정부에 대한 지지는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그 이유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과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요약된다.

 

인국공 사건은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개인적으로 부정적 반응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나보다 약간 더 젊은 교수들은 이 문제에 대해 너무도 당연하게 부정적 평가를 내렸기 때문이다. ‘아, 내가 한국 사회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인가?’

 

이제는 그 반발의 핵심을 깨달았다. (물론 아직도 잘못 이해한 것일 수도 있지만) 그것은 ‘인국공의 해당 직무를 비정규직 직원 대신 정규직 직원이 수행하도록 한 것은 동의할 수 있지만, 그 대신 그 충원은 공개 충원 방식으로 했어야 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이를 현재의 직원으로 충원함으로써 향후 몇십년 동안 사실상 이 혜택을 다른 사람들이 누리는 것을 원천 봉쇄했다’는 것이다. 즉 공사 정규직이라는 특혜를 배분하는 과정이 공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우리 사회의 톨레랑스 수준이 너무 낮다고 개탄할 수도 있지만, 청년층에게 그런 개탄을 퍼붓기에는 현재 청년들의 삶이 너무 팍팍한 것이었다. 우리 ‘꼰대’들이 몰랐던 것이 이것이었다.

 

문재인 정부 지지율 하락의 또 다른 기폭제는 부동산 광풍이다. 돈 좀 있는 사람은 돈을 끌어모아, 돈이 없는 사람은 영혼을 끌어모아 ‘똘똘한 한 채’를 산다. 고령화사회로 장기 주택 수요가 하락할 것이라는 펀더멘털을 비웃듯 서울 집값은 정신없이 올랐다. 이제 집권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문재인 정부는 경제정책의 성적으로 평가받는 상황에 처했다.

 

정부와 여당은 이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 금융정책과 조세정책을 모두 동원했다. ‘맘에 안 드는 투자자’에게는 대출을 끊고, 주택 구매와 관련해서는 취득세, 보유세, 양도소득세를 총동원해서 통제를 해보겠다는 것이다. 이런 ‘정책 과잉’으로 부동산 광풍을 잡을 수 있을 것인가? 몇 가지 원칙을 되돌아보자.

 

첫째, ‘1가구 1주택은 면책’이라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 당국이 이런 환상을 가지고 다주택자만 처벌하면 투기는 ‘강남 3구에 있는 대형 평형’이라는 똘똘한 한 채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둘째, 그럼 누가 조세정책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 ‘부자’다. 1주택자건 다주택자건 비싼 주택을 보유한 사람에게는 높은 조세가 부과되어야 한다.

 

셋째, 그럼 어떤 종류의 조세인가? 보유세다. 취득세는 그 나름의 논리에 따라 매기면 되고, 양도소득세는 반대로 상대적으로 낮추어서 매각을 유도해야 한다. 그래야 집값이 하락한다.

 

넷째, 보유세는 증여로 피해갈 수 없다. 부모로부터 비싼 주택을 물려받은 자녀들도 보유세는 예외없이 내야 하기 때문이다. 보유세는 누가 그 자산을 보유하는지를 구별하지 않는다.

 

다섯째, 보유세 강화와 함께 근로소득세와 법인세를 인하하는 등 세목 간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보유세는 회피할 수 없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조세저항이 크다. 생산활동과 연관된 근로소득세나 법인세를 인하함으로써 보유세를 통해 투기를 억제할 뿐만 아니라 생산을 장려한다는 명분을 확보해야 정치적 싸움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

 

마지막으로, 금융정책을 비틀어 부동산 투기에 딴지를 걸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금융규제는 금융회사의 건전성 유지 목적으로 한정하는 것이 마땅하다. 정치인들에게 집 팔라고 압박할 필요도 없다. 그들이 얼마나 계산이 빠른 사람들인가. 정책을 잘 펼치면 하지 말라고 말려도 그들은 앞다퉈 자발적으로 집을 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화려한 약속의 시기를 지나 냉정한 성과 평가의 단계로 접어들었다. 과연 이 정부가 어떻게 국정을 운영할지 지켜보자.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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