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선물위원회가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에 부정이 있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회계처리기준을 변경하는 데 있어 고의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삼성바이오가 2015년 ‘회계원칙에 맞지 않게 회계처리기준을 자의적으로 해석, 적용했다’는 것이다. 증선위는 대표이사 해임을 권고하고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회사에 대해서는 거래중지를 결정했다. 삼성바이오 거래가 정지됨으로써 증시에도 충격이 불가피해졌다.
이번 사건은 국내 대표그룹의 계열사이자, 바이오 대표기업에서 드러난 회계부정이라는 점에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분식 회계금액도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증선위의 발표를 보면 삼성이 잘못인 줄 알면서도 저지른 분식규모는 4조5000억원에 이른다. 더 놀라운 건 가담자들이다. 회계분식을 감시해야 할 회계법인들이 본분을 망각하고 회계부정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증선위가 회계부정을 저질렀다고 발표한 삼정·안진은 국내 굴지의 회계법인이다. 고객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불법도 마다하지 않는 구태가 아직도 변하지 않고 있다니 한심하다.
이번 결정은 지난해 3월 금융감독원이 정치권과 시민단체 요구로 특별감리에 착수한 지 1년8개월 만에 나왔다. 핵심은 삼성바이오가 고의적으로 기업가치를 부풀렸는가이다. 그동안 삼성바이오 측은 고의로 회계를 조작할 ‘동기’와 ‘실익’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자회사인 바이오에피스는 자산을 취득가액 대신 시장가격으로 변경하면서 적자기업에서 1조9000억원의 흑자기업이 됐다. 마찬가지로 삼성바이오도 적자기업에서 단번에 견실한 기업이 됐다. 회계를 조작할 동기와 실익이 없다고 할 수 없다. 나아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삼성바이오의 ‘자산 뻥튀기’에 나섰다는 의혹도 있다. 이 부회장이 삼성바이오의 모회사인 제일모직의 대주주이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상속 문제와도 결부되는 것이다.
고의 분식회계는 자본시장 질서를 뿌리째 흔드는 범죄행위다. 그런데 한국의 대표 기업에서 회계장부를 거짓으로 만들고 이익을 얻으려는 행위를 벌인 사실이 드러났다. 삼성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 이번 발표는 그간에 나온 의혹의 일부분일 뿐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잘못된 합병’으로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의 피해도 거론된다. 차제에 삼성바이오뿐 아니라 삼성물산의 회계처리 및 합병과정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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