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폴더블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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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제칼럼

[여적]폴더블폰

by eKHonomy 2018. 11. 9.

서울 올림픽을 두 달여 앞둔 1988년 7월1일 한국에서 휴대전화 서비스가 시작됐다. 집전화와 공중전화밖에 모르던 시절, 휴대전화의 출현은 기술에 대한 놀라움을 넘어 문화적 충격이었다. 단말기는 미국 모토로라가 개발한 ‘다이나택’이 사용됐다. 이 한국 최초의 휴대전화는 부의 상징이었다. 단말기 가격만 약 400만원에 가입비가 60여만원으로, 당시 소형차 한 대를 살 수 있는 돈이 들어갔다. 첫해 가입자 수가 784명밖에 안됐다고 하니 그야말로 들고만 있어도 폼 좀 잡을 수 있는 ‘희귀템’이었다. 하지만 무게가 771g이나 나가고 덩치도 요즘 스마트폰 4~5개 이상을 합친 정도로 커 통화하다 보면 팔이 저려올 지경이었다. 이 전화기로 직원들 머리를 때리는 사장님들이 있다는 얘기도 돌았다. ‘벽돌폰’ 별명은 여기서 붙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 기조연설에 나선 글렌 머피 구글 안드로이드 UX담당이 내년에 출시할 삼성전자 폴더블폰의 ‘인피니티 플렉스 디스플레이’를 통해 구현될 기능을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구글과 협력해 폴더블폰 OS(운영체제)를 개발 중이다. 연합뉴스

 

이후 기술발전으로 크기는 작아지면서 성능은 좋아지고, 가격도 저렴해졌다. 키패드에 보호커버를 씌운 ‘플립폰’에 이어 반으로 접히는 ‘폴더폰’, 키패드를 밀어넣을 수 있는 ‘슬라이드폰’, 화면부분을 돌릴 수 있는 ‘스윙폰’ 등 다양한 형태가 쏟아져 나왔다. 삼성전자가 만든 스윙폰의 일종인 ‘가로본능폰’, LG전자의 슬라이드폰인 ‘초콜릿폰’ 등은 국내외에서 대박을 터뜨렸고, 삼성전자는 세계 1위 휴대전화 제조사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대에 접어들어 애플의 ‘아이폰’이 부상하고,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시장점유율과 수익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반도체 덕분에 최근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고 있는 삼성전자로서는 휴대전화가 ‘아픈 손가락’인 셈이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준비하는 것이 화면이 접히는 신개념 스마트폰 ‘폴더블폰’이다. 삼성전자가 7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내년에 출시할 ‘폴더블폰’의 규격을 공개하고 시연을 했다. 당초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 개발을 목표로 삼았지만 최근 중국 업체가 시제품을 먼저 공개해 ‘최초’ 기록은 놓쳤다.

 

휴대전화 시장 세계 2위를 위협하는 중국 화웨이나 LG전자도 조만간 폴더블폰을 내놓을 계획이어서 뜨거운 경쟁이 예고된다. 문제는 기술력이다. 폴더블폰이 삼성전자의 구겨진 체면을 세워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준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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