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가 좋아서 세수가 늘어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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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제칼럼

[사설]경제가 좋아서 세수가 늘어난 게 아니다

by eKHonomy 2018. 7. 20.

국세청은 19일 공개한 국세통계에서 2017년 세수는 총 255조6000억원이라고 밝혔다. 세수는 전년보다 22조3000억원(9.5%) 늘면서 2년 연속 20조원 이상 증가했다. 세목별로는 소득세, 부가가치세, 법인세 등 이른바 ‘3대 세목’ 모두 10% 내외 늘었다. 법인세 증가 폭이 13.5%로 가장 컸고,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도 각각 9.6%, 8.5% 증가했다.

 

경제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진 결과가 세수의 증가로 이어졌다면 나쁠 것이 없다. 그러나 세수 증가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한국 경제의 체력이 탄탄해서 나온 결과라고 말할 수 없다. 먼저 법인세가 늘어난 이유를 보자. 법인세 세수의 상당액은 제조업과 금융·보험업에서 나온다. 전체 법인세의 39.5%를 제조업이 차지했고, 금융·보험업은 16.7%였다. 그런데 제조업 분야의 세수 증가는 반도체 호황이라는 ‘특수 현상’의 결과다. 삼성전자가 낸 법인세가 전년 대비 145.8% 늘어난 7조7330억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도 실적이 전년 대비 244.9% 증가했다. 언제 꺼질 줄 모르는 일부 업종의 특수를 마치 경제 전반이 좋아진 것으로 봐서는 곤란하다.

 

금융·보험업 분야의 세금 증가도 건전하다고 볼 수 없다. 가계대출 증가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가계에서 많은 이자를 내면서 은행이 사상 초유의 실적을 기록했고, 이것이 세금 증가로 이어졌다. 세금이 늘어난 만큼 가계의 고통이 커졌다는 얘기다.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세수가 늘어난 것도 긍정적이라고만 말할 수 없다. 소득세의 증가는 부동산 특수에 따른 양도소득세 급증이 반영된 것이다. 많은 시민이 빚을 얻어 부동산을 매입했고,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을 기대하며 빚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 상태에서 소비가 어쩔 수 없이 늘면서 부가가치세가 증가한 것이다.

 

정부는 신규창업자가 전년에 비해 4.7%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를 업태별로 살펴보면 도·소매업(22.2%), 서비스업(21.6%), 부동산임대업(20.8%), 음식업(14.1%)이 대종을 이룬다. 이른바 ‘레드 오션’ 분야의 소자본 창업이다. 이 모두 혁신적인 산업모델과는 거리가 멀다. 자영업자 간 과당경쟁의 현실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말해줄 뿐이다. 

 

이번 세수 통계는 안으로 곪고 있는 한국 경제의 실체를 보여주고 있다. 대기업은 반도체 특수로 인한 착시에 빠져 있고, 중소기업에서 혁신적인 창업은 보이지 않는다. 가계는 이자와 생활비를 대느라 허리가 휘고 있다. 국가 재정이 늘어났다고 안심할 때가 아니다. 오히려 한국 경제 전반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경고등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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