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의 얌체 행위가 또 도졌다. 너무 잦은, 그러면서도 너무 태연하게 이뤄지는 소비자 기만행위에 신물이 난다. 불신, 탐욕이란 말이 은행과 동의어로 쓰이고 있다는 것을 알고나 있는 건지 궁금하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뒤 은행들은 예금금리는 ‘왕창’ 내리면서도, 대출금리는 ‘찔끔’ 내리는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 농협, 우리 등 토종 은행을 비롯해 한국씨티, 스탠다드차타드 등 외국계 은행들은 예금금리를 0.3~0.4%씩 내렸다. 우리은행의 기업AMA통장의 경우 무려 1.9%포인트를 낮춰 0.3%가 됐다. 기준금리와 전혀 상관이 없는 우대금리도 내렸고, 이체수수료 면제 등 고객 혜택까지 줄였다. 정작 혜택이 돌아가야 할 대출금리 인하는 생색내기 수준에 그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 연동대출 금리는 고작 0.02~0.09%포인트 내렸다. 종합하면 시중에 돈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예·적금은 푸대접이고, 호조를 보이는 대출에는 배짱을 부린 것이다. 이러면서도 서민금융 운운할 자격이 있는지 실망스럽다.
은행의 금리 추이를 나타낸 그래프 (출처 : 경향DB)
백번 양보해 저금리 지속으로 예대 마진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하더라도 이는 정도가 아니다. 최소한 금리 변화는 동일하게 적용해야 마땅하다. 특히 대출금리 인하에 인색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는 기준금리가 낮아지면 대출금리에도 즉각 반영하게끔 만들어진 코픽스 체계 자체를 무력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영업환경 악화는 금리 조정 방식이 아니라 수익의 80%를 예대 마진에 의존하고 있는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 은행들은 그동안 기존의 영업방식에서 탈피해 수익구조를 개선해나가겠다고 말했지만 변한 것은 하나도 없다. 그나마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낮아지면 예대 마진 하락폭이 고작 0.02%포인트 정도에 불과하다는 연구결과를 떠올리면 금리인하로 영업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는 은행의 설명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위기 땐 국민 지원으로 살아남은 은행들이지만 정작 금융소비자들이 필요할 때는 외면해왔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정부가 최근 은행의 보수적 영업행위를 질타하며 기업 대출을 독려하는 것은 시장주의에 반하는 것이지만 비 올 때 우산 뺏어가며 제 잇속 챙기기에만 급급했던 행태를 떠올리면 대놓고 문제 삼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금융소비자들의 불신이 더 커지기 전에 은행 스스로 금리를 재조정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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