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권의 2중대로 전락한 경제장관들
본문 바로가기
온라인 경제칼럼

[사설]여권의 2중대로 전락한 경제장관들

by eKHonomy 2014. 8. 26.

최경환 부총리를 비롯한 경제부처 장관들이 어제 ‘예정에도 없는’ 경제·민생 법안 관련 대국민담화문이라는 것을 불쑥 발표했다. 이들은 담화문에서 “민생과 경제활성화 정책들이 실시간으로 입법화돼도 모자랄 판인데 국회만 가면 하세월”이라며 경제 관련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장관들이 국회에 관련 법안 처리를 요구하는 것은 통상적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담화는 여러모로 뒷맛이 개운치 않다. 당장 담화 자체가 박근혜 대통령이 그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세월호특별법과 세월호 참사 가족에 대한 언급은 외면한 채 민생을 앞세워 경제 관련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강조한 뒤 허겁지겁 만들어졌다. 의도는 짐작할 만하다. 최 부총리는 담화에서 “경제 맥박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며 “이번 회기에 민생 관련 법안이 통과하지 못하고 회복의 불씨를 살리지 못한다면 경제는 길을 잃고 회복하기 힘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모두를 상대로 한 것처럼 보이지만 겨냥점이 야당이라는 것은 뻔하다. 세월호특별법안과 민생법안의 분리 처리를 요구하며 야당을 압박해 세월호 국면을 탈피하려는 청와대·여당의 입장과 한 치의 다름도 없다. 친박 핵심 실세였던 최 부총리가 경제부처 장관들을 줄 세워 여권의 2중대로 나선 꼴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운데)가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 부처 장관들을 대동하고 민생법안 관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_ 연합뉴스


담화의 선의를 인정한다 해도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서 치열한 논의 없이 통과될 것으로 여기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최 부총리가 우선 처리해 달라고 요구한 9개 법안 중 서비스산업 발전법안을 비롯해 관광증진법안, 의료영리화 관련 법안은 한결같이 사회적 논란이 첨예한 것들이다. 이들 법안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 없이 국회가 관련 법안을 무조건 통과시켜 주길 바란다면 입법권을 무시한 처사다.

우리는 민생안정과 경제활성화로 포장된 최경환 경제팀의 부양책이 경제의 근본 결함을 다잡고 체질을 강화하기보다는 정치적 셈법이 앞선 단기 성과주의에 흐르고 있다는 우려를 수차례 지적했다. 어제는 대통령의 금융 보신주의 질타 한마디에 금융당국이 금융사 제재권한을 대폭 축소했다. 금융사 직원의 비리에 대한 내부통제 시스템이 정비돼 있지 않은 현실을 감안하면 금융당국의 역할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경제와 정치의 상관관계를 감안할 때 경제의 정치화를 일방적으로 매도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경제마저 정치논리에 함몰되면 훗날 감당하기 힘든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는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정치와 경제의 거리를 두지 않고, 경제정책을 정치의 도구쯤으로 여기는 인식은 그래서 위험하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