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의 회계조작 의혹이 커지고 있다. 대우 측은 그런 일 없다고 주장하지만 금융당국은 신빙성이 있다고 보는 모양이다. 이 과정에서 대우건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분식을 주도했다는 정황과 권력실세인 산은지주 회장이 되레 금융당국에 감리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듯한 발언까지 터져나오면서 파장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대우건설 분식 의혹은 지난해 12월 금융감독원이 대우건설의 내부 제보를 받고 감리에 착수하면서 불거졌다. 며칠 전에는 대우건설의 장부 미반영 손실금액이 최대 1조7439억원(2012년 기준)에 이르고, 이를 줄이기 위해 2013~2017년 동안 매년 수천억원씩 털어내는 계획을 수립한 정황이 담긴 구체적 문건이 경향신문에 보도되면서 더욱 확대됐다.
대우건설 분식회계관련 내부문건(출처 :경향DB)
대우건설과 산업은행 측은 보도내용을 부인하고 있다. 언론에 보도된 내부 문건은 건설경기가 최악일 경우를 가정해 만든 시나리오로 회계와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심쩍은 대목이 많다. 당장 관련 문건에 적시된 ‘손실잔액’ 같은 표현이나 예상손실변동 현황은 대우 측 해명처럼 경영 시나리오 차원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특히 대우건설이 지난해 4분기 국내 사업장의 손실 6000여억원을 포함해 총 1조1000억원대의 부실을 한꺼번에 털어낸 것은 규명해야 할 대목이다. 현행법상 기업이 손실을 입으면 곧바로 장부에 반영토록 돼 있다. 이미 인지한 사실을 장부에 반영하지 않는 것은 분식이다. 대우는 적법한 회계처리라고 말하지만 지속된 불황으로 오래전부터 재무적 어려움이 가중된 국내 사업장 사정을 모를 리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납득하기 어렵다.
‘산은은 이번 사안을 분식과 관련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 않다’는 홍기택 산은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의 발언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는 당국의 감리가 진행 중인 사안에 산은이 미리 결론을 내리고 금감원 조사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금융계에서는 홍 회장이 박근혜 정부 실세임을 떠올리며 압력성 발언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한다. 분식회계의 폐해는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해당 기업을 재생 불능의 늪으로 빠트리고 투자자에게 거액의 손실을 입힌다. 당연히 경제 전체의 신뢰도를 갉아먹는다. 금융당국의 신속하고 철저한 의혹 규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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