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 간의 첫 투자자-국가소송(ISD) 재판이 어제 미국 워싱턴에서 시작됐다. 소송가액만 5조원을 넘어 관심이
크지만 정작 국민들은 모른 채 진행되는 이해 못할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정부는 비밀유지 조항을 강조하지만 론스타의 지분
매입·매각 과정에서 뭔가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투자자-국가소송은 해외투자자가 투자 대상국의 불합리한 법령이나 정책으로 피해를 봤을 때 국제중재기구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제도다.
론스타는 한·벨기에 투자협정을 근거로 외환은행 매각에 대한 한국 정부의 승인 지연과 차별적 과세로 손해를 봤다며 2012년 말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소송을 제기했다. 당초 외환은행 주식을 HSBC 은행에 매각하려 했지만 정부가 승인을 지연하는
바람에 제값에 팔지 못했으며, 금융지주에 지분을 매각한 뒤 국세청이 부과한 세금이 한·벨기에 조세조약에 따라 적절치 못하다는 게
론스타의 주장이다.
정부는 그동안 론스타의 소송제기 사실을 비롯해 소송청구액, 한국 측 증인, 재판 일자 및 장소, 쟁점 등 소송 일체에 대해 철저히
함구로 일관해왔다. 엊그제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가 ‘당사자들의 반대’를 이유로 민변의 재판 참관 요청을 거부하기에 이르렀다.
아무리 비밀유지 조항을 내세운다 하더라도 이렇듯 ‘깜깜이’로 진행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는 미국 정부가 홈페이지에 ISD
관련 자료를 대부분 공개하는 등 국제사회가 최근 들어 ISD 투명성을 강화하고 있는 것과도 거리가 멀다. 코스타리카는 최근 미국계
투자회사 스펜스와 벌이고 있는 ISD 소송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하기까지 했다. 요즘 론스타 관련 뒷말이 무성한 것도 따지고 보면
정부의 밀실주의에서 기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기실 금융가에서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입·매각 과정에서 거래가 있었을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한 상황이다.
14일 오전 서울 서초동 민변 사무실에서 열린 '론스타 ISD 쟁점 설명회'에서 노주희 민변 국제통상위원이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_ 연합뉴스
론스타 소송은 우리 정부가 해외투자자로부터 당한 첫 소송이다. 세계 여러 나라와 자유무역협정이나 투자협정을 체결한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비슷한 소송은 다반사가 될 것이다. 어설프게 대응했다가는 좋지 않은 선례가 될 것이다. 재판부의 결정이 나와도 정부는
관련 내용을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치욕스러운 얘기까지 들어서야 되겠는가. 정부에 대한 신뢰는 투명성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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