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삼성전자도 한국도 혁신 없인 한 방에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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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제칼럼

[사설]삼성전자도 한국도 혁신 없인 한 방에 갈 수 있다

by eKHonomy 2014. 10. 7.

삼성전자의 3분기 경영실적이 다시 곤두박질쳤다. 매출액 47조원, 영업이익 4조1000억원. 2분기에 비해 각각 10%, 43% 줄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20%, 60% 감소한 액수로 최근 3년 새 최악의 성적표다. 2분기 때 어닝쇼크를 경험한 데다 증권가의 예상치 범위 내의 실적 하락이라 하더라도 정도가 심해 슈퍼 어닝쇼크란 말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이 같은 결과는 글로벌 경쟁시대에 ‘졸면 죽는다’는 사실을 여실히 확인한다. 보도에 따르면 삼성 고위관계자는 “성공과 자만이 안일함을 낳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삼성 스마트폰이 혁신을 보여주지 못하는 사이 프리미엄폰 시장에서는 애플 아이폰이 재기에 성공했고, 중저가폰 시장은 중국업체들의 놀이터가 됐다. 노키아나 소니의 실패 사례를 강조하고 위기의식을 고취했지만 삼성 역시 1등병에서 헤어나지 못한 셈이다.

나빠진 성적표보다 더 걱정되는 것은 반전 묘수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에 대한 대대적 투자와 스마트폰 제품 차별화, 중저가 라인업 보강 같은 대책을 내놨다. 변화의 갈림길에 서 있는 기업치고는 성장동력에 대한 비전은커녕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그렇고 그런’ 대응이다. ‘기존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은 모두 버린다는 각오’(이건희 회장)는 삼성그룹 어디서도 발견하기 어렵다는 게 솔직한 평가다.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매출액이 47조원, 영업이익은 4조1000억원이라고 7일 잠정실적을 공시한 가운데 영업이익률이 8.72%로 2011년 1분기 이후 최저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로 직원들이 지나가고 있다. (출처 : 경향DB)


삼성전자의 실적 추락으로 상징되는 한국 산업계의 현주소도 걱정이다. 현대차의 실적도 꺾인 지 오래다. 반도체, 스마트폰 같은 IT 분야는 물론 중공업·화학·조선 등 한국의 주력 산업은 중국에 따라잡히면서 위기에 처해 있다. 시장선도 제품에서는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주요 대기업의 실적 부진은 환율의 보호막을 걷어낸 뒤 드러난 맨 얼굴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이는 수출주도형 산업구조가 한계에 달했으며, 환율이니 세제니 하는 정부 보호막이 경쟁력이던 시절은 지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기 때마다 되풀이돼온 대기업 우선 정책이 되레 경쟁력을 갉아먹었다는 비판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글로벌 시장은 단순히 원가 경쟁을 넘어 선도 제품을 내놓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다. 시쳇말로 계급장 떼고 맞짱을 떠 살아남을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지 않으면 도태된다. 당연히 산업정책의 패러다임도 시장을 선도할 만한 기업 혁신능력 배양 쪽으로 옮겨가야 한다. 노키아의 스웨덴이나 소니의 일본이 기업 쇠퇴와 더불어 국가까지 휘청일 것이라고는 과거 누구도 생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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