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국제공항 면세점 운영사업자 입찰을 둘러싼 역차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 대기업의 입찰 참여를 막아놨더니 외국계 기업이 ‘위장 중기’를 내세워 사업권을 가져갔다고 한다. 중소·중견기업에 우선권을 주려고 관련 법규까지 개정한 정부의 취지가 무색한 상황이다. 중기 및 골목상권을 보호하겠다는 상생협력이 엉뚱하게 다국적 기업의 배만 불리는 꼴이다. 누굴 위한 상생협력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당초 취지와 동떨어진 불합리한 규제는 바로잡아야 한다. 외국기업 좋은 일 시키자고 경제민주화를 하자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김해공항 면세점 입찰 결과는 황망하기 그지없다. 1구역은 신세계가 운영권을 따냈지만 2구역은 애초 중소·중견기업으로 자격이 제한됐다. 4차례의 유찰 끝에 그제 최종 입찰에서 듀프리토마스줄리코리아라는 업체가 운영자로 선정됐다고 한다. 이 회사는 자본금 1000만원을 들여 지난 8월 급조한 듀프리의 국내 자회사다. 듀프리는 연 매출 40억달러의 세계 2위 면세점 업체다. 국내 대기업의 손발을 묶어놓고 해외기업에 중소기업 특혜를 준 격이다. 국내 기업이 역차별이라며 반발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면세점 입찰 결과는 다시 생각해볼 문제다. 이 회사는 정부가 발급한 중견기업 확인서를 첨부했다고 한다. 당국은 “서류상으로는 문제될 게 없다”고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어이없는 결과다. 이 회사는 덩치만 중견기업일 뿐 누가 봐도 ‘위장회사’로 의심할 만하다. 국내기업인 롯데·신라호텔이 위장 계열사를 동원해 입찰에 참여했다면 가만 뒀겠는가. 당초 취지를 생각하면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입찰 전 과정을 백지화하고 새로 시작하는 게 옳다.
롯데면세점 (출처 :경향DB)
국내기업 역차별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올 3월 정부세종청사 구내식당 입찰에서는 다국적기업 계열인 아라코가 운영권을 따냈다. 공공부문 급식사업에 자산 5조원 이상의 대기업 참여를 배제한 게 결정적 이유가 됐다. 삼성·LG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여론에 떠밀려 소모성 자재사업(MRO)에서 손을 떼자 다국적기업 오피스디포가 세를 불리고 있다. 또 대형마트 규제 이후 일본 SSM 체인망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는 것도 문제다.
입법 취지를 벗어난 동반성장 규제의 부작용은 바로잡아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국내기업이라고 차별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외국기업도 국내기업과 같은 조건에서 경쟁하는 게 옳다. 하지만 국제분쟁 우려 때문에 외국기업에 같은 잣대를 들이대기 어렵다면 차별 구조를 현실에 맞게 바꿀 필요가 있다. 당초 취지를 살리면서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중소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대기업은 규제에서 예외를 인정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대·중소기업 간에 어렵게 합의한 중기 전용 업종에서 다국적 기업들이 엉뚱하게 과실을 독차지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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