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손쉽게 서민 주머니 털겠다는 게 무슨 증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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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제칼럼

[사설]손쉽게 서민 주머니 털겠다는 게 무슨 증세인가

by eKHonomy 2014. 9. 9.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정부의 증세 방안이 잇따라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그간 논의돼 왔던 담뱃세와 주민세 인상안이 당정 협의를 거쳐 이번주 중 확정 발표될 예정이다. 하나같이 서민생활과 직결된 예민한 사안들이다. 증세 불가를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박근혜 정부가 결국 세수 보전을 위한 증세에 본격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부자감세는 그대로 둔 채 손쉽게 서민증세로 세수 결손을 벌충하겠다는 발상은 곤란하다. 증세는 필요하지만 이런 식의 ‘꼼수 증세’로 국민들의 조세저항만 커질까 걱정이다.

담뱃세 인상은 2004년 12월 500원 인상 이후 거의 10년 만이다. 국민건강 증진 차원에서 흡연율을 낮추고 세수 결손도 벌충하자는 이중 포석이 깔려 있다. 현재 담배 한 갑당 1000~2000원을 올리는 안이 논의되고 있는 모양이다. 2000년 이후 14년간 묶여 있는 주민세도 지방재정 확충 차원에서 인상안이 논의돼 왔다. 현재 1인당 ‘최대 1만원’으로 제한돼 있는 세율을 ‘1만원 이상’으로 하한선을 설정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이렇게 되면 지방자치단체 평균 4620원인 주민세는 2배 이상 오르게 된다.

흡연자 커뮤니티 회원들이 보건복지부 앞에서 담뱃값 인상 반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_ 연합뉴스


우리 담뱃값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3분의 1 수준으로 싼 게 사실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우리 정부에 담뱃값 인상을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의 노골적인 세수 증대가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2500원짜리 담배 한 갑에 붙는 세금만 1500원이다. 1000원만 올려도 2조~3조원은 쉽게 메울 수 있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국세인 개별소비세를 담뱃세에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원님 본 김에 나팔 불겠다는 건가. 주민세도 세율만 올리면 세금은 늘게 돼 있다. 담배·주민세 인상의 최대 피해자는 두말할 것도 없이 서민층이다. 왜 힘 없는 서민들만 증세의 표적이 돼야 하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복지 확대에 따른 재정 수요와 지방재정의 위기를 타개하려면 증세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염치는 있어야 한다. 대선공약을 뒤집기 전에 국민들의 사전 동의를 구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더구나 국민생활과 직결된 서민 증세라면 두말할 나위가 없다. 다음은 우선순위다. 당장 시급한 것은 잘못된 부자감세를 철회하는 것이다. 기업 곳간이 넘쳐야 나라경제가 살 수 있다는 막연한 환상에서 벗어나 잘못 깎아준 법인세부터 되돌리는 게 우선이다. 목소리 큰 대기업은 놔둔 채 서민들에게만 고통분담을 강요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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