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또 금반지를 내놓으라 할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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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제칼럼

[기고]또 금반지를 내놓으라 할 텐가

by eKHonomy 2014. 9. 10.

지방재정 압박의 절박함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곳도 있고 파산직전인 자치단체도 수두룩하다. 지자체의 호소에 그동안 중앙정부는 요지부동이었다. 드디어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가 ‘복지디폴트’(지급불능)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한마디로 우리 경제가 벼랑 끝에 왔다는 징조다.

지금의 상황을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직전 상황과 면밀히 비교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당시엔 대통령이 외환위기의 심각성을 모르고 경제정책을 운용하다 국가적 참사를 가져왔다. 즉 IMF 때에는 중앙정부로부터 위기가 시작되었고, 지금은 지방정부에서부터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가계 부채도 걱정이지만 지자체 역시 대출의 늪에 빠져있다. 지방마다 민자사업이라는 미명 아래 무리한 사업들을 빚으로 꾸려왔다. 여기에 중앙정부의 포퓰리즘적 복지정책이 가세하면서 지방재정은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지자체는 지금의 지방재정 위기의 원인을 복지정책 탓으로 돌리고 있고, 중앙정부는 방만한 지방 재정운용을 문제 삼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지금의 상황에 대해 경각심이 너무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방재정의 붕괴는 중앙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으로 이어진다. 경제는 신뢰에 바탕을 둔 신용창출의 구조 속에서 성장한다. 이 때문에 경제활성화를 위해서는 집값이 오르고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확신을 국민에게 심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부채의 규모와 같은 정량적 지표보다는 신용을 얼마나 더 창출하고 파생적 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가에 대한 정성적 지표가 더 중요하다.

중앙정부에서는 경제활성화를 위해 대출한도를 늘렸지만 국민들이 늘어난 대출로 집을 사지는 않고 소비생활에 사용하거나 또 다른 대출을 갚는 데 사용한다면, 기대했던 방식의 신용팽창은 이루어지지 않고 그대로 주저앉게 될 우려마저 있다. 그러면 지방재정도 덩달아 악화할 것이다. 지방공무원을 대폭 줄이고 구조조정을 과감히 하지 않는다면, 그리스 위기가 우리에게도 올 수 있다.

아이엠에프 외환 위기 극복 애국 가락지 모으기 운동하는 부산 새마을 부녀회(1997년) (출처 : 경향DB)


지금처럼 정부의 신뢰도가 바닥인 상태에서는 경제위기가 더 빨리 찾아 올 수 있다. 과거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도 대기업들만은 사상 초유의 흑자 행진을 기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대기업이 돈을 버는 동안 중소기업과 서민, 지자체, 그리고 정부는 오히려 가난해졌다. 이런 부조리한 위기 극복 과정에서 국민은 이미 여러 번 속은 경험이 있다. 심각한 위기가 또다시 찾아온다면 과연 장롱 속 금반지를 내놓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복지정책은 소비복지가 아니라 교육이나 근로복지, 봉사와 같은 생산복지로 개념을 바꾸어 축소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증세의 빗장도 풀어야 할 것이다. 지방정부가 망하고 국가가 망한 뒤, 개인의 복지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지도자의 신뢰 구축과 혜안이 절실한 시절이다.


홍창의 | 가톨릭관동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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