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KB금융 재건, 낙하산 근절에서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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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제칼럼

[사설]KB금융 재건, 낙하산 근절에서 시작돼야 한다

by eKHonomy 2014. 9. 12.

금융위원회가 어제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에 대해 ‘직무정지 3개월’의 중징계 결정을 내렸다. 지난 4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건의한 ‘문책경고’에서 한 단계 상향 조정됐다. 퇴임 이후 3~5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제한되는 문책경고보다 높은 수준의 중징계로, 사실상 임 회장을 경영에서 손 떼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임 회장은 퇴진불가를 선언하며 법적 소송도 마다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직무정지 기간 중 이사회에서 해임결의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여 퇴임은 기정사실화됐다. 한국 금융권 전체를 아수라장으로 만든 KB의 추한 권력다툼에 국민들의 인내가 한계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금융당국의 결정은 당연하다고 본다.

KB사태는 한국 금융권력의 후진적 행태를 유감없이 보여준 사례다.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외압, 카드 정보 유출, 부당대출, 국민주택채권 횡령 등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지만 임 회장과 이건호 행장 등 경영진들은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문책을 피하기 위해 온갖 연줄을 동원하면서 진흙탕싸움을 벌였다. 임 회장은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해 책임질 일이 없다고 말하지만 금감원 검사 결과 KB지주에서 컨설팅 보고서를 왜곡하고, 부당하게 인사에 개입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의 중징계 결정 뒤에도 이건호 행장은 즉각 사의를 표명했지만 임 회장은 “KB의 조직 안정과 경영 정상화에 노력하겠다”는 말로 배수진을 치면서 중징계를 결정한 최 원장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등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 그제는 “임 회장을 중심으로 경영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내용의 계열사 대표들 명의의 호소문까지 내밀며 필사적으로 구명에 매달리는 모습도 연출했다.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 조치안을 받은 KB금융지주 임영록 회장이 10일 서울 명동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 중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_ 연합뉴스


이번 사태의 교훈은 각기 다른 권력의 끈을 잡고 내려온 낙하산들이 권력 확대를 위해 벌이는 꼴사나운 모습은 더 이상 용납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사를 전리품으로 여기며 낙하산을 내려보내는 풍토를 없애야 한다. KB의 새 경영진 선출은 마땅히 낙하산 근절의 시금석이 되어야 한다.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KB지주 및 은행 이사회는 막중한 소명감을 갖고 본연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배우만 바뀐 채 역할이 그대로라면 이번 사태에서 배운 것은 없게 된다. 권력의 눈치만 보면서 우왕좌왕하던 금융당국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로비에 춤추며 사태를 키운 점을 사과하고 국민 신뢰 제고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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