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칼럼]‘세월호’ 교훈 잊은 최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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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제칼럼

[기자 칼럼]‘세월호’ 교훈 잊은 최경환

by eKHonomy 2014. 9. 12.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시중에서는 ‘(정치)경제부총리’로 불린다. 관이면 관, 국회면 국회, 재계면 재계, 거칠 것 없이 휘젓고 다니면서 사실상 국정 현안을 챙기고 있다. 총리는 보이지 않는다. 6년 전에도 꼭 그랬다. 이명박 정부 초기 강만수 전 장관이다. 강 전 장관은 부총리도 아니었지만 당시 총리의 ‘포스’를 압도했다. 강만수 장관은 알아도 당시 총리를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최 부총리는 그런 강 전 장관보다 더 세다. 여당의 원내대표까지 한 3선 의원이어서 국회에서도 꿀리지 않는다.

최 부총리는 자신의 정책을 저돌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지금이 한국 경제를 살릴 골든타임”이라며 연신 채찍질을 해댄다. 임명된 지 두 달도 안돼 수많은 규제 완화 정책들이 쏟아졌다. 그런 그에게서 듣기 어려운 말이 있다. 정책의 부작용이다.

최 부총리는 규제 완화에 따른 부작용은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온통 장밋빛 일색이다. 최 부총리는 지난달 6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카지노를 비롯, 7대 서비스산업 규제를 완화하면 15조원의 투자유치 효과와 18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했다. 하지만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에 대해서는 말이 없었다. 2006년 현대경제연구원 자료를 보자. 카지노, 경마 등 5대 사행산업은 한 해 20만4000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내지만 이 산업을 이용한 사람들로 인해 발생되는 실업자 수가 21만3000명으로 더 많다. 사행산업이 확산되면 생산성이 하락하고 사회 전반적으로 근로의욕이 떨어진다는 문제점도 지적됐다. 정부는 외국인만 카지노에 출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부산과 인천은 내국인이 출입할 수 있는 ‘오픈카지노’를 언급한 상태다.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400억원의 투자가 발생한다고 했다. 하지만 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로 훼손될 환경비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참고로 미국 국립공원에는 케이블카가 없다. 각종 의료규제를 완화하면 3년 뒤 외국인 환자 150만명 유치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제주도에 설립을 신청한 투자개방형 산얼병원이 어떤 병원인지는 정확히 파악하지 않았다. 그는 학교 옆에 호텔을 지을 수 있는 법이 통과되면 일자리가 2만개가량 늘어난다고 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학습권 피해는 거론하지 않았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은행연합회 등 6개 금융협회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출처 : 경향DB)


모든 정책에는 외부효과가 발생한다. 외부효과란 정책 시행으로 인해 의도하지 않게 발생하는 일들이다. 규제 완화에 따른 외부효과는 부정적 영향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곧 사회적 비용이 된다. 정부는 국비 300억원만 들어가도 예비타당성 조사를 벌여 비용편익 분석을 한다. 그런 정부가 수조원짜리 대규모 프로젝트를 허용하면서 비용분석을 하지 않았을 리는 없다. 그럼에도 사회적 비용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최 부총리가 알고도 모른 척하는 것이거나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확증편향에 빠진 탓일 수 있다. 그는 최근 새누리당 국회의원 연찬회에 참석해 “케이블카는 헬기로 설치작업을 하기 때문에 환경파괴 위험이 없다”고 말했고, “호텔하고 학교랑, 애들 학습권이랑 무슨 상관이냐”고도 했다.

사회적 비용은 일종의 리스크다. 리스크는 애써 눈감는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서서히 축적되다가 어느 날 터져버린다. 수익성과 효율성만 추구하던 세월호가 남긴 교훈이기도 하다. 1999년 김대중 정부의 카드와 부동산 규제 완화 폭탄은 2003년 노무현 정부에서 터졌다. 2006년 노무현 정부의 금융규제 완화는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저축은행 사태로 터졌다. 최 부총리는 차기 총선을 위해 1년6개월 뒤 떠나면 그만이지만 그가 남긴 규제 완화 폭탄은 누군가의 손에서 터질 수 있다. 최 부총리가 외면하고 싶은 것은 세월호특별법이 아니라 세월호가 남긴 교훈일지도 모르겠다.


박병률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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