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민 털이’ 그만두고 증세 논의 제대로 하라
본문 바로가기
온라인 경제칼럼

[사설]‘서민 털이’ 그만두고 증세 논의 제대로 하라

by eKHonomy 2014. 9. 14.

정부가 세금 인상 카드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지난 한 주에만 담뱃세에 이어 주민세와 자동차세 인상 계획을 내놨다. 이렇다 할 공론화 과정도 없이 불쑥 던진 것들이다. 더구나 이들 세금은 소득과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부과되는 것들이어서 상대적으로 서민들만 더 힘겹게 됐다. ‘증세는 없다’며 대기업과 부자들의 감세기조는 유지하면서도 서민들에게만 세금 부담을 가중시키는 박근혜 정부의 이중성에 놀라울 따름이다.

대규모 세수 결손이 누적되는 상황에서 정부와 지자체의 다급함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현재와 같은 방식은 틀렸다. 세금의 생명은 형평성이다. 납세 방법, 시기, 금액은 모든 사람들이 알 수 있을 정도로 명료해야 하며 객관적이고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 담뱃세와 주민세, 자동차세 등은 소득에 관계 없이 누구에게나 부과되는 인두세다. 예컨대 중형차를 갖고 있고 하루 20개비 담배를 피우는 사람의 경우 올해 세금으로 101만원을 냈지만 내년에는 176만원을 부담하게 된다. 가진 자에게는 ‘푼돈’이지만 서민들에게는 ‘큰돈’이다. 그렇다고 정부와 지자체의 재정 상황이 획기적으로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이미 지난해만도 8조5000억원의 세수가 구멍 났고, 올해도 10조원 가까이 모자랄 것이라고 한다. 내년에는 적자예산까지 편성하는 상황이어서 재정 건전성은 더욱 나빠질 게 뻔하다. 지자체 곳간 역시 비어 있기는 마찬가지다. 담뱃세와 주민세·자동차세 등으로 예상되는 세수증대 효과는 각각 연간 2조8000억원과 4000억원 정도다. 올해 만료되는 지방세 감면 혜택 축소 등으로 추가로 1조원의 효과를 얘기하지만 정부 스스로 국회 심의 과정에서 축소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해 효과는 미미해 보인다.

정부가 담뱃값을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다음날인 12일 서울시내 편의점에서 한 시민이 담배를 보루로 사고 있다. (출처 : 경향DB)


우리는 정부가 증세 문제에 훨씬 솔직해지길 바란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동안 복지정책에 135조원이 필요하며 지하경제 양성화나 비과세·감면 혜택 축소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얘기해왔다. 하지만 이 같은 시도는 이미 한계가 명확해지고 있다. 국민들은 복지계획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어떻게 더 부담해야 하는지 알 권리가 있다. 이 과정에서 소득세·법인세 등 그동안 대기업·부자들이 받아온 감세 혜택 문제도 논의해야 마땅하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증세 논의가 쉽지 않다는 것을 모르지 않지만 지금처럼 그때그때 흐름에 편승해 꼼수로 일관하고 변죽만 울리는 것은 훗날 더 큰 사회적 부담으로 이어질 게 뻔하다. 오히려 증세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며 국민과 소통하는 게 정부의 위험을 줄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