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집값 띄우기 그만두고 서민 주거안정부터 챙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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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제칼럼

[사설]집값 띄우기 그만두고 서민 주거안정부터 챙겨야

by eKHonomy 2014. 9. 1.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내심 흐뭇해할지 모르겠다. 속전속결식 규제 완화 덕분에 시장에 온기가 느껴진다는 세간의 평가에 고무됐을 수도 있다. ‘죽은 시장’을 살리겠다며 내달리고 있는 그에게 대증적 처방에 따른 부작용이나 후유증을 지적하는 것은 쇠귀에 경 읽기에 불과할 듯하다. 국토부가 어제 내놓은 주택시장 규제합리화 방안은 ‘최경환식 밀어붙이기’의 전형이다. 부동산 대책으로는 박근혜 정부 들어 4번째, 최 부총리 취임 이후 2번째 대책이다.

핵심은 재건축 연한을 30년으로 단축하고,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해 재건축이 활성화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들 내용은 수년 전부터 건설업자들이 줄기차게 요구해 왔던 사안들이다. 지자체별로 달랐던 재건축 연한을 일원화하고, 낡은 편의시설 등으로 불편을 겪어왔던 아파트 입주자들에게는 전향적 조치일 수도 있다. 정부는 서울의 경우 1987년부터 1990년에 승인된 아파트 18만8000가구가 혜택을 보게 된다고 말한다. 주로 강남 3구, 목동, 상계동 지역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면담을 갖고 지방정부에 대한 재정 지원 등 현안을 논의 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재건축이 시세차익을 염두에 두고 진행되는 점을 감안하면 집값이 요동칠 소지가 크다. 하지만 그에 반비례해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당장 건축기술 발전과 정반대로 진행되는 재건축 연한 완화로 자원낭비가 예상된다. 여기에 재건축이 동시에 진행될 경우 주택멸실로 인한 전세난 우려도 크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을 경제활성화의 첫 대상으로 삼은 최경환 경제팀에 이 같은 우려가 들릴 까닭이 없다. 가계부채 악화 우려에도 총부채상환비율 등을 푼 게 불과 한 달 전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정부의 이런 정책 기조다. 최근 몇 년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면서 임의적 수요를 창출하는 ‘빚내서 집 사라’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이런 정책의 효과는 집값을 반짝 띄울 수는 있겠지만 오래가지 않는다. 종국에는 국민 모두가 폭탄돌리기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 가계부채는 눈덩이처럼 늘어나면서 국제 신용평가사까지 우려를 표명하는 상황이다. 시장활성화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당국에 서민들의 주거안정이 보일 리 없다. 이번 대책에서도 재건축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장치인 기부채납 조건은 완화하면서도 재개발 사업 때 임대주택 의무건설 비율을 낮추고, 청약 제도를 바꿔 무주택자들의 주택 진입장벽을 오히려 높였다.

우리는 정부의 주택정책기조가 서민들을 위한 주거 안정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믿는다. 서울의 평균 전세가는 3억원대에 육박한다. 대학을 나와 연봉 3000만원을 받는 회사에 들어가더라도 한 푼도 쓰지 않고 10년을 모아야 하는 수준이다. 그나마 월세 전환이 급격히 늘면서 주거 불안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세입자의 주거권 보호, 그리고 주거 공간 확보를 위한 임대주택과 소형 저가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더구나 지금은 저출산·고령화가 심화되면서 1인가구도 늘고 있다. 주택정책의 패러다임이 전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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