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3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한국 경제의 실상을 여과없이 드러낸 통계 두 가지가 그제 나왔다. 우선 대기업집단 간의 격차.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 순이익은 30대 그룹 전체의 72.7%를 차지했다. 자산과 매출 비중은 각각 52.7%, 56.2%로 5년 전에 비해 1.9%포인트, 3.0%포인트 늘었다. 두 번째는 수출. 4월 수출은 510억달러로 역대 두 번째 규모를 기록했다. 수출은 지난해 11월 플러스로 돌아선 후 6개월째 호조다. 호실적의 공신은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등 4대 그룹 계열사들이다. 삼성전자는 1분기에 반도체 분야에서만 6조3100억원이라는 초유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 덕에 1분기 경제성장률은 예상보다 높은 0.9%를 기록했다.
두 가지 통계는 소수의 기업집단이 한국 경제를 울게 할 수도, 웃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얘기해준다. 이는 경제의 기반이 그만큼 불안정하다는 뜻이다. 쏠림 현상이 경제의 역동성을 해친다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당장 이들이 휘청이면 경제는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착시효과도 크다. 이들의 호황으로 경제 전체가 좋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실제 중소기업이나 가계 경기는 차갑다. 1분기 민간소비는 0.4% 늘었지만 비내구재와 서비스 소비는 되레 줄었다. 도소매 및 음식숙박, 문화 등 서비스업 생산 증가율은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0.1% 수준이다.
소수의 기업집단은 최근 몇년간 세계를 놀라게 할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자체 혁신도 있었지만 대기업을 최우선으로 떠받쳐온 정책의 덕도 크다. 그럼에도 한국 경제는 계속 뒷걸음질이다. 성장동력은 떨어졌고, 고용 창출과 소비 증대의 낙수 효과는 물론 혁신적 벤처의 탄생과 발전도 없었다. 건강한 중소기업이 많아져야 미래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양극화, 청년실업, 비정규직 문제 등의 해법도 대기업 중심 경제체제를 어떻게 바꾸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역대 권력은 실적주의와 수치목표에 매달린 채 대기업 우선정책을 고수해왔다.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은 재벌 중심의 사회·경제 운영방식에서 탈피할 것을 주문했다. 문재인·안철수 등 대선후보들도 재벌의 경제력 집중 완화와 중소기업 육성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재벌의 경제력 집중 완화는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는다. 말로 하는 개혁이 아니라 단호한 의지, 일관된 추진력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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