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 경제의 성과와 한계 드러낸 코스피 사상 최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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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제칼럼

[사설]한국 경제의 성과와 한계 드러낸 코스피 사상 최고치

by eKHonomy 2017. 5. 8.

- 5월 6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코스피(KOSPI)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1.57포인트 오른 2241.24로 마감했다. 이는 종전 최고치를 6년 만에 돌파한 것이자 주식시장을 시작한 1956년 이후 가장 높은 기록이다. 이번 상승장은 세계경기의 회복세에다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외국인의 투자가 몰렸기 때문이다. 저금리와 유동성 확대로 인해 늘어난 세계 자금이 국내 정보기술 기업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 대거 투자에 나서면서 지수 상승을 견인한 것이다. 이에 “주식시장이 대세상승기에 접어들었다”거나 “지수 3000포인트도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장기침체에 빠진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는 고무적이다.

 

하지만 코스피 상승의 배경을 살펴보면 환호작약할 만한 일은 아니다. 이번 지수 상승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정보기술 기업이 주도했다. 반도체 업체가 사상 최고 수준에 비견되는 실적을 올렸기 때문이다. 1분기 삼성전자는 9조9000억원, SK하이닉스는 2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에 외국인 자금이 이들 기업 주식 매수에 나섰고 이를 통해 코스피도 상승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삼성전자 주식의 상승만으로도 코스피를 끌어올릴 수 있다. 올해 들어 코스피는 13.2% 상승했는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을 빼면 1880포인트 정도에 그친다.

 

한국 주식시장은 여전히 외국인에게 의존하는 ‘천수답 구조’다. 외국인은 세계경기가 변화하거나 투자방향이 바뀔 경우 언제라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주식시장도 흔들릴 수 있다. 미국이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한국 주식시장에 들어왔던 자금은 언제라도 떠날 수 있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외국인 투자를 불러올 수 있는 기업의 출현이 절실한 것이다.

 

이번 상승장은 양극화라는 한국 기업의 현주소도 드러냈다. 올해 코스피 200대 기업의 순이익 증가분(27조원) 가운데 3분의 2가량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기업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 증시는 대세상승의 낙관론에 줄을 서고 있다. 코스피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려면 기업실적이 계속 좋아져야 한다. 그리고 신산업에서 경쟁력을 가진 기업이 출현해야 한다. 그래야 실적 개선과 외국인 투자 유입의 선순환구조가 이어질 수 있다. 주식시장은 실물 경제의 거울이다. 한국경제와 주식시장이 ‘반도체만의 잔치판’이 되어선 곤란하다. 증시의 신기록 달성에 도취되지 말고, 왜곡된 산업구조의 판을 개혁할 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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