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연말정산이 시작되면서 월급쟁이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실제 정산을 해보니 당초 정부 설명과 달리 세부담이 과중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13월의 보너스’가 아니라 ‘13월의 분노’라는 얘기도 나돈다. 어제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연봉
5800만원의 맞벌이 교사는 지난해에 비해 납부액이 20만원 더 늘었다. 이 교사뿐 아니라 적지 않은 월급쟁이들이 지난해보다
돌려받을 돈이 줄거나 납부할 돈이 늘었다고 한다.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어제 “다소간의 편차는 있겠지만 연봉 5500만원 이하는
세부담이 늘지 않고, 7000만원 이하는 2만~3만원 늘 것이라는 당초의 분석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말정산이 ‘적게
걷고 적게 환급받는’ 방식으로 전환되고,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체감’ 세부담이 늘어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월급쟁이들이 실제보다 과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인식은 지나치게 안이해 보인다. 당장 1인 가구, 다자녀 가구의 경우 혜택이 줄면서 세부담이 크게 늘었다.
이는 고소득층만 세부담이 는다는 정부 설명을 무색하게 한다. 시민단체에서는 정부가 과거 시간에 쫓겨 시뮬레이션을 제대로 못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기본적으로 고소득층에 대한 과세액을 늘리고 저소득층 과세액은 줄이는 방향으로 하겠다는 정부의 진의는 믿지만
설계가 잘못됐다면 처음부터 단추를 새로 끼우는 게 맞다.
더 크게 봐야 할 대목은 월급쟁이들의 분노 밑바닥에 깔려 있는 조세 형평성에 대한 문제 제기다. 정작 손봐야 할 부문은 성역으로
놔둔 채 저소득층 부담률이 상대적으로 큰 담뱃세나 자동차세 같은 간접세를 올리고 유리지갑을 터는 데 대한 불만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연말정산 논란과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출처 : 경향DB)
실제 정부는 세금 문제를 조세 형평성을 높이는 쪽보다 경제활성화 촉진에 무게를 두고 접근해왔다. 수백만명을 상대로 한 소득세는
올리면서도 세수증대 효과가 큰 법인세는 경기침체를 이유로 손도 대지 않았다. 정부의 기업 편애가 계속되면서 이명박 정부 이후
기업이 적게 낸 세금은 개인이 메워온 게 현실이다. 종교인에 대한 과세도 변죽만 울린 채 결국 두 손을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공평 과세를 입에 올리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되풀이 얘기하지만 늘어나는 복지 예산을 감안할 때 더 늦기 전에 증세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정부는 서민증세를 거위 깃털뽑기쯤으로 여길지 모르겠지만 거위들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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