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런 부실대책으로 농가 시름 달랠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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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제칼럼

[사설]이런 부실대책으로 농가 시름 달랠 수 있겠나

by eKHonomy 2014. 9. 18.

정부가 어제 쌀 시장 개방에 따른 종합대책을 내놨다. 내년부터 쌀 시장을 전면 개방하되 수입쌀에 513%의 관세율을 매기기로 결정했다. 관세율은 당초 예상보다 높은 수치다. 이렇게 되면 최대 수출국인 미·중국산 쌀은 80㎏ 기준 40만~50만원으로 국산 가격의 2~3배가 된다. 정부는 또 쌀 시장 개방에 따른 농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쌀 직불금을 내년부터 ㏊당 100만원으로 10만원 인상하고 농업인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대상을 확대하는 보완책도 마련했다.

최대 관심사인 수입쌀 관세율이 높게 책정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시장을 개방하더라도 족쇄는 여전하다. 올해 들여올 의무수입물량(40만8700t)은 시장 개방과 무관하게 계속 들여와야 한다. 전체 쌀 수요량의 10%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관세율도 아직은 우리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미·중 중심의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의 동의 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쌀 수출국 입장에서는 관세율을 낮추라고 요구할 게 뻔하다. 협상 과정에서 얼마나 희생을 감수해야 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설사 이번에는 통과된다 하더라도 513%의 관세율이 영원한 것도 아니다. 향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논의 과정에서 쌀 관세율은 최대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이번 시장 개방으로 얼마나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할지 걱정이다.

농민단체 회원들이 1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예산·현안 관련 당정 간담회장에 갑자기 들어와 “쌀 전면 개방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치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왼쪽에서 두번째 좌석) 등 의원들이 굳은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_ 연합뉴스


하지만 정부 대책은 한가롭기 짝이 없다. 언제 무너질지 모를 고율의 관세율에 기댄 채 “문제없을 것”이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쌀 소비량이 줄고 있긴 하지만 쌀은 아직도 우리 농촌의 버팀목이자 식량안보의 주춧돌이다. 쌀 자급률을 어떻게 확보할지에 대한 대안도 없이 개방을 밀어붙일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쌀 시장 개방의 불가피성을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국민 동의가 필수다. 그간의 밀실협상에서 벗어나 모든 자료를 공개하고 농민들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위기의 농촌을 살릴 수 있는 농가소득 보전 및 쌀 자급률 확보 대책이 우선돼야 한다. 쌀을 양허대상에서 제외하고 고율의 관세율을 관철시키기 위한 외교적 노력도 필수요건이다. 농촌경제가 빚더미에 몰린 것은 정부 책임이 크다. 정부는 수출경제를 위한 FTA에서 농가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해왔다. 쌀 시장 개방이 미칠 파장은 기존 FTA보다 훨씬 크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 시름에 잠긴 농가의 눈물을 닦아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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