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산소 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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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제칼럼

[여적]산소 장사

by eKHonomy 2014. 9. 17.

지난해 외신에서 중국의 ‘산소 캔’ 사업이 화제가 됐다. 스모그로 몸살을 앓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청정지역의 산소를 담아 만든 공기 캔이 대박을 터뜨렸다. 330㎖들이 캔 하나에 콜라 값보다 훨씬 비싼 5위안(880원)을 받았지만 열흘 만에 800만개가 팔릴 정도로 인기였다. 중국인들의 봉이 김선달식 상술에 놀랄 법도 하지만 산소 장사는 따지고 보면 우리가 한 수 위다.

공기 장사가 우리나라에서 차세대 사업으로 주목받은 것은 10년이 훨씬 지난 얘기다. CJ는 2002년 제주도와 손잡고 산소 캔을 상업화했지만 3년도 안돼 사업을 접었다. 시대를 너무 앞서가는 바람에 수요가 생각만큼 따라주지 않은 탓이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 상품이라도 때를 잘못 만나면 백약이 무효다.

기다리던 산소시장에 드디어 큰 장이 섰다. 단순히 공기를 캔에 담아 파는 정도가 아니라 산 전체의 공기를 팔 수 있는 거대시장이다. 내년부터 탄소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되기 때문이다. 탄소배출권거래제는 기업마다 할당된 탄소 배출량을 맞추지 못할 경우 이에 상응하는 산소를 사서 채워야 하는 구조다. 산소를 내뿜는 나무가 곧 돈인 세상이다.

충북 충주 SK임업 조림지 자작나무숲 (출처 : 경향DB)


최근 한솔이 탄소배출권을 팔아 돈을 벌었다고 해서 화제다. 한솔홈데코가 뉴질랜드 북섬 기스본 지역에 조성한 조림지 5000㏊의 배출권을 현지 기업에 연간 40만 뉴질랜드달러(약 3억4000만원)를 받고 임대했다고 한다. 해외에다 산소 팔아 돈을 번 첫 사례다.

공기 장사 하면 SK도 빼놓을 수 없다. 대기업 중 나무 심는 회사는 SK임업이 유일하다. SK 최종현 선대 회장이 나무 키워 판 돈으로 장학사업을 하겠다며 세운 회사다. 초기 수도권 지역 땅을 조림 후보지로 들고 온 임원에게 “땅 장사 하자고 이 사업 시작한 줄 알아?”라고 호통을 쳤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충북지역 산간 오지 땅을 사들여 40년간 공 들인 게 여의도 면적의 5배인 1200만평에 달한다. 장학사업 밑천으로 시작한 나무 심기가 훗날 공기 장사의 밑천이 될 줄 고인인들 알았을까. 한전 부지를 둘러싼 삼성·현대차 간의 돈싸움이 오늘 결판난다. 땅 장사에 혈안이 된 요즘 기업 풍토를 보면서 창업주들은 과연 뭐라고 했을까.


박문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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