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집 가진 자 민원만 들어주고 세입자는 외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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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제칼럼

[사설]집 가진 자 민원만 들어주고 세입자는 외면하나

by eKHonomy 2014. 12. 24.

분양가상한제 탄력 적용, 초과이익 환수 유예, 재건축 조합원 3가구 공급 허용 등 이른바 ‘부동산 관련 3법안’이 어제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29일 본회의에서 처리되면 최종 확정된다. 관련법은 건설사와 재건축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 사안이다. 반면 정책적 배려가 절실한 세입자들을 위한 법안은 논의 자체가 내년 이후로 미뤄졌다. 입만 열면 서민을 말해 온 국회가 일처리를 제대로 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부동산 3법은 재건축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최대 수혜자는 서울 강남·송파·서초 등 이른바 강남 3구의 재건축 추진 아파트 주민과 건설사들이다. 법이 확정되면 개발이익이 조합원 몫으로 돌아가면서 재건축 분담금이 낮아진다. 조합원 1인당 최대 3채까지 공급받게 돼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은 더 큰 자산을 축적할 수 있게 된다. 건설사들도 고품질을 내세워 아파트값을 올릴 수 있게 됐다. 이를 감안하면 재건축 시장은 숨통이 트일 수 있다. 그렇다고 경기 활성화의 마중물이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당장 재건축을 통한 부동산 활성화를 내수 진작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정부의 발상 자체가 낡은 패러다임이다. 가계부채로 내수가 침체되고 글로벌 경기부진이 심화된 상황에서 재건축 시장에 숨통이 트인다고 부동산만 풀리고 경기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 자체가 턱없다. 이는 그간의 부동산 정책이 반짝 효과로 끝난 데서도 드러난다. 결국 이번 조치는 특정지역의 집 가진 자만 혜택을 입고 신규 분양 아파트값만 올리면서 집 없는 자의 내집 마련을 더 어렵게 하고 끝날 게 뻔하다.

아파트 분양가의 거품을 빼기 위해 도입한 분양가 상한제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0월 경기 광명시에서 분양한 ‘광명역 자이파크’ 모델하우스 밖으로 방문객들이 줄을 길게 지어 서 있다. (출처 : 경향DB)


그런 측면에서 정부와 정치권이 세입자 대책에 소극적인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여야는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서민주거복지특별위를 만들어 전·월세 대책을 논의하고,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를 설치하겠다고 밝혔지만 의견차가 커 합의에 기약이 없다. 설령 합의하더라도 법 제·개정과 시행까지에는 시일이 소요될 게 뻔하다. 여기에 전·월세 전환율 인하 같은 것은 법적 강제력이 없어 실효성도 낮다. 임대주택 공급증대도 구체안이 없다. 결국 서민들의 주거불안 해소는 요원한 셈이다. 조만간 이사철이 본격화되면서 전·월세 시장은 다시 요동칠 게 뻔하다. 재건축 추진에 따른 이주 수요까지 가세하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세입자 정책의 골든타임은 지금이다. 효과도 불분명하고 부작용만 예상되는 부동산 3법에 여유 부릴 짬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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