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하루 만에 뒤집힌 연금개혁…이런 정부 어떻게 믿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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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제칼럼

[사설]하루 만에 뒤집힌 연금개혁…이런 정부 어떻게 믿나

by eKHonomy 2014. 12. 23.

정부가 어제 “사학·군인연금 개편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내년 중 사학·군인연금 개혁안을 내놓겠다”고 한 지 하루 만에 공식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당시 회의를 주재한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가 없는 내년이 개혁의 적기”라며 당위성을 강조했다. 회의 서류에 채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벌어진 일이다. 연금개혁은 수십조원의 국민 세금과 수백만명의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이다. 아무 대책 없이 불쑥 내놨다가 “아니면 말고” 식으로 거둬들이면 그만인지 묻고 싶다.

군인·사학연금 번복 소동은 현 정부 난맥상의 극치를 보여준다. 그제 발표된 내년 경제정책방향은 경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구조개혁이 핵심이다. 그 대표 사례로 언급된 게 고용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동시장 개혁과 사학·군인연금 개혁이다. 연금개혁은 내년 6월과 10월로 구체적인 일정도 잡혀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반발로 하루 만에 없던 일이 됐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정부 뒤치다꺼리하다 골병들 지경”이라며 책임자 문책을 거론했다. 당정협의도 거치지 않은 사안을 무리하게 추진하려다 생긴 해프닝이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이 밝힌 개혁의 당위성은 뭘 보고 한 얘기인가.

박근혜 대통령이 9일 오전 청와대 위민관 영상국무회의실에서 열린 청와대-세종청사 간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덮는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군인연금 재정은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됐다. 지난 10년간 받은 국고지원만 18조원으로 공무원연금(20조원)과 맞먹는다. 지난해 한 차례 수술을 거쳤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흑자를 유지하고 있는 사학연금도 18년 뒤엔 재정 고갈이 예고돼 있다. 국민 세금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현재 논의 중인 공무원연금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 월 연금 수령액은 사립교원이 307만원, 군인 290만원, 공무원 278만원 수준이다. 괜한 소동으로 “우리만 봉이냐”는 공무원들의 반발 심리만 키운 꼴이다.

정부 정책은 공신력이 생명이다. 더구나 기득권을 박탈하는 연금개혁은 철저한 국민여론 수렴과 대안 마련, 당사자 설득 과정을 거치더라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정책의 당위성만 믿고 군사작전 하듯 밀어붙일 경우 그 파장은 걷잡을 수 없다. 이번 소동은 전적으로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책임이 크다. 뒤늦게 문제가 되자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실무진의 의견”이라는 정부 해명은 듣기가 안쓰러울 정도다. 정부의 무책임과 무능함을 자인하는 것이나 다를 게 없다. 이런 아마추어 정부를 언제까지 믿고 기다려야 할지 가슴 답답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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