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전 회장인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과 두 딸이 한진해운의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 신청 결정 직전에 보유하던 한진해운 주식을 전량 매도했다. 매각량은 전체 주식의 0.39%인 96만여주로, 시가로 치면 31억원 규모이다. 최 회장 일가의 주식 매각이 완료된 이튿날 한진해운 이사회는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율협약 신청을 결의했다. 한진 측은 최 회장의 주식 매각 사실을 몰랐다는 입장이다. 반면 최 회장 측은 “2015년 유수홀딩스에서 한진해운을 떼낼 때 보유 지분 매각을 공정거래위원회에 보고한 상태”라며 “계획에 따라 이뤄진 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석연치 않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만나 한진해운 재무구조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고 자율협약 신청 등 고강도 자구책을 촉구한 게 지난달 말이다. 특수관계인인 최 회장 일가가 이런 움직임을 모를 리 없다. 자율협약은 대주주의 경영권 포기를 통한 본격적 채무 재조정을 의미한다. 결정이 내려지면 채권단의 출자전환과 함께 대주주가 갖고 있는 주식은 감자 조치된다.
한진해운 직원들이 27일 서울 여의도 본사 1층 로비에 전시된 모형 컨테이너선 건너편으로 걸어가고 있다._경향DB
최 회장은 2006년 남편인 조수호 전 회장이 숨진 이후 경영권을 맡았지만 무리한 확장 경영으로 재무 부담을 가중시키는 등 부실을 키웠다. 2013년에는 영업적자가 3000억원이 넘어 마른 수건을 짜내던 시절임에도 거액의 보수를 받고 퇴직금 산정 기준을 높이는 등의 방법으로 회사 돈을 빼갔다. 한진그룹에 한진해운을 넘긴 뒤에는 외식업에도 진출하면서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상황이다. 경영부실을 초래한 장본인이 부실 책임은커녕 아무런 일 없었다는 듯 활동하고, 마지막 남은 사익까지 챙겨가는 모습에 허탈감마저 든다. ‘수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사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자본시장법은 내부자가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거나 손실을 회피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최 회장 일가의 지분 처분 경위와 주가 변동 내용을 철저히 따져야 한다. 문제가 확인되면 합당한 처벌을 내려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해운사 대주주나 채권단의 늑장 구조조정으로 인한 투자자 손실 문제도 따져 볼 필요가 있다. 해운사들은 매년 적자가 커지는 상황에서도 거액의 회사채를 판매했다. 법정관리로 가게 되면 투자자 손실은 불 보듯 뻔하다. 동양그룹이 기업어음을 불완전 판매해 거액의 손실을 떠넘긴 사례는 기억에도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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