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어제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 회의를 마친 뒤 “사즉생, 죽을 각오를 해야 한다는 정신에 따라 (구조조정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본격 시작된 셈이다. 조선·해운·철강·유화·건설 등 5개 취약 업종 가운데 우선 조선과 해운이 도마에 올랐다. 그러나 강력한 의지 표현과 달리 구체적인 구조조정 방안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해운사에는 채권단 자율협약과 용선료 인하 협상이 원활치 않으면 법정관리로 넘기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조선사에는 보다 강력한 자구 노력을 촉구하는, 원론에 그쳤다. 실업대책과 재원조달 방안, 대주주 책임 등은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다.
해운업계가 유동성 위기를 겪은 것은 3~4년 전부터였다. 조선업계는 2010년 이후 업황 부진에 시달려왔다. 임 위원장은 “지난해 안심전환대출 이후 가계부채를 다루다 기업 구조조정이 문제라는 목소리가 나와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수년째 구조조정 필요성이 제기됐어도 ‘폭탄’ 돌리듯 계속 미루다 칼을 빼들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어떻게 하겠다는 액션 플랜은 보이지 않는다. 말과 달리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하게 진행되지는 않을까 의심스럽다.
구조조정협의체참석한금융위원장 _연합뉴스
기업 구조조정 못지않게 중요한 건 사회안전망 확충이다. 지난해 1만5000여명이 일자리를 잃은 조선업계는 이번 구조조정으로 수만명이 감축될 것을 우려한다. 거제도에서만 협력업체를 포함해 2만명이 실직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반면 정부 대책은 고용 악화 분야를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는 방안이 유일하다. 임금 삭감과 노동시간 단축 등을 통해 인력 감축을 최소화하는 방안에 대해 정부는 인력 구조조정 수반이 불가피하다며 도외시하는 듯하다. 더 나아가 노동4법 등 노동개혁을 이뤄야 한다고 강변한다. 손쉬운 퇴출 방안을 찾는 것처럼 보인다.
구조조정 재원은 한국은행과 정부가 국책은행 자본을 확충해 마련하기로 했다. 한은 발권력을 동원한다는 측면에서 총선 때 새누리당이 공약했던 ‘한국판 양적완화’와 궤를 같이한다. 구조조정 부담을 결국 국가와 시민이 떠맡는다는 뜻이어서 합의가 필요하다. 기업을 부실 지경에 이르게 한 경영진과 대주주에게 구상권을 행사할지, 채권단과 관리·감독당국에 어떤 식으로 책임을 물을지도 따져야 한다. 야권이 협조를 약속한 만큼 여·야·정과 노사가 참여하는 협의체 가동을 재삼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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