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기업 구조조정을 이끄는 두 축은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이다. 그중 금융위는 사실상 컨트롤타워이다. 금융위원장이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를 주재하기 때문이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최대 채권자인 경우가 많은 산은은 채권단 실무협의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는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이 부실에 이르게 된 과정을 보면 최대 주주인 산은과 감독당국인 금융위의 책임이 적지 않다. 특히 산은과 금융위는 대우조선이 심각한 적자에 시달릴 때 수백억원대의 배당금을 챙겼다. 이들이 주주와 노동자에게 고통 분담을 요구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최우선 구조조정 대상에 오른 대우조선은 과거 이익을 냈다고 한 회계가 잘못 됐으며, 대규모 부실이 있었다고 최근 고백했다. 2013, 2014년 영업이익은 각각 흑자였으나 뒤늦게 7731억원, 7378억원 적자로 정정했다. 당기순이익도 두 해 모두 흑자에서 적자로 수정했다. 대우조선은 2013~2014년 851억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지분의 31.5%를 보유한 최대주주 산은은 2년간 268억원, 12.2%를 가진 2대주주 금융위는 104억원 등 372억원을 배당금으로 받았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 회의에서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_연합뉴스
실제는 적자였으니 대우조선은 배당할 여건이 되지 못했다. 물론 이익잉여금이 있어 이론상으로는 적자여도 배당할 수는 있다. 하지만 2년 새 1조원이 넘는 막대한 적자를 기록한 기업이 현금배당을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분식회계로 판명된 것은 아니어도 대우조선 회계가 잘못 됐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따라서 2013~2014년 산은과 금융위가 받은 배당금은 사실상 불법으로 볼 수 있다.
배당금은 주주총회 의결이 끝난 사안이어서 회계가 수정됐더라도 회수할 수 없다. 배당금 반환소송도 시한인 6개월이 이미 지나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해도 대우조선 부실을 감지하지 못했고, 거액 배당금으로 부실을 심화시킨 책임이 있는 산은과 금융위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산은과 금융위는 노동자를 줄이는 방안만 강구하기에 앞서 불법 배당금을 스스로 반환해 대우조선 구조조정 재원으로 활용하는 게 마땅하다. 그래야 민간기업 대주주에 대한 사재 출연 요구도 영이 설 것이다. 부실기업 배당금으로 자신의 배만 불린 정부기관이 지휘하는 구조조정은 신뢰도가 떨어진다. 당시 배당을 결정한 경영진뿐 아니라 대우조선 관리·감독에 실패한 산은과 금융위 정책결정권자에게도 책임을 묻는 절차가 필요하다. 당국이 책임을 회피한 채 기업과 노동자에게만 고통을 전가한다면 후진국형 구조조정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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