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위기의 해운·항공 ‘기본’으로 돌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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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제칼럼

[기고]위기의 해운·항공 ‘기본’으로 돌아가야

by eKHonomy 2016. 4. 25.

국내 1, 2위 해운회사들이 넘어지고 있다. 15년 전, 동북아 물류중심지 건설이라는 국가전략 수립 이후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향하는 것 같던 우리 해운산업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부산항이 중국 항만들을 중심으로 한 여러 위협 속에서도 아직 세계 5, 6위의 컨테이너 처리항만이라는 지위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지만, 인프라 기반 경쟁력은 산업 전체의 경쟁력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말았다.

이것이 비단 해운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점에서 물류산업을 연구하고 있는 필자의 마음을 더욱 답답하게 하고 있다. 10년 넘게 서비스 경쟁력 세계 1위를 구가하고 있는 인천공항과 그에 기반을 둔 국내 항공산업도 외부에서 몰려오는 매서운 비바람을 맞기 직전이다.

두바이, 아부다비, 도하 등 중동지역 공항을 거점으로 한 항공사들의 거친 도전은 이미 시작되었다. 이들은 지역간 수송은 허브공항으로 연결하고, 지역 내 수송은 스포크로 허브에 연결하는 기존의 허브-스포크 수송방식의 근간을 뒤집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세계의 모든 도시들을 오직 중동지역의 공항을 통해 원스톱으로 연결하는 이른바 ‘글로벌 메가허브 전략’이다. 우리에게는 아직 피부로 느껴지는 위협이 아닐지 모르지만 유럽, 동남아, 오스트레일리아, 북미지역 주요 공항과 항공사는 심각한 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리고 그 칼끝은 이제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 항공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이들의 전략이 관철된다면 부산에서 베를린에 갈 때 지금처럼 두 번씩 비행기를 갈아타며, 인천이나 프랑크푸르트를 거칠 필요 없이 두바이에서 한 번만 비행기를 갈아타는 날이 올 것이다. 그것도 더 싸고, 더 빨리, 더 편리하게 말이다. 인천공항과 국내 항공사들이 설 자리는 어디에도 없을지 모른다.

국내 주요 해운.조선기업현황_경향DB

어째서 이런 상황이 되었을까? 필자는 이를 ‘안주’라는 한마디로 요약하고 싶다. 글로벌 해운선사들이 초대형 선박을 이용한 규모의 경제를 통해 비용을 줄이고, 해운동맹을 이용한 역할분담을 통해 주요 항만들을 촘촘한 네트워크로 짜내고 있을 때, 지난 10여년간 우리 선사들은 중국으로부터 쏟아지는 물량을 처리하는 눈앞의 이익에 안주하고 있었을 뿐이다. 중동지역 항공사들이 10여년 전부터 세계 거점공항이 아니라 부차적 공항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대형 항공기를 활용해 수송능력과 빈도를 높이고 있는데, 우리는 중국 ‘유커’들이 만들어준 일시적 물량 증가에 취해 있는 것이 지금의 우리 항공시장이다.

그러나 중국의 저성장으로 전체 물량이 정체했을 때 나타난 것이 우리 해운산업의 몰락이고, 변덕스러운 유커들이 어느 날 갑자기 발길을 다른 곳으로 돌릴 때, 우리 항공산업의 미래는 어떻게 돌변할지 아무도 모른다. 항공분야에서 승객이 아니라 화물 분야에서의 물동량 감소는 발등의 불이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격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경쟁력의 기본 골격이 바뀌면 그 변화는 번개같이 빠르고, 그 결과는 상상 이상으로 처참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해운도, 항공도 최근의 변화는 경쟁력의 기본 골격이 바뀐 것이다. 대안도 단기적 처방은 의미가 없다. 다시 원점에서 경쟁력의 본질을 고민해야 한다.

그렇다고 그것이 포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해운·항공산업은 문자 그대로 국가 기간산업이기 때문이다. 옆 동네 물량을 실어나르는 것에 기대지 말고, 우리 아닌 다른 나라가 대신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에 집중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승객이든, 화물이든 ‘공급사슬허브’라는 용어를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할 때이다. 공항과 항만을 거쳐가는 승객, 화물들이 필수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인천공항, 부산항을 거치지 않을 수 없을 때, 우리는 이를 공급사슬허브라 부른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 항공·해운산업이 진정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해 국가경제에도 확실하게 기여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김태승 | 인하대 아·태물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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