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어제 오찬 회동을 가졌다. 문재인 정부 들어 한은 총재와 부총리 간 회동은 처음이다. 한은은 회동 후 배포한 자료에서 “긴밀하게 협력하여 재정·통화정책을 조화롭게 운용하고, 일자리 창출과 성장 잠재력 확충은 물론 리스크 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국내 경기가 나아지고 있지만 안팎 여건을 보면 경계를 늦출 수 없다”며 “한은은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경제 인식을 공유하고 적절한 정책대안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도 “우리 경제를 이끌어가는 데 있어서 한은은 중요하다”며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을 거의 같이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만나 서로 웃으며 인사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가계부채 급증, 주택시장 과열, 통상환경 악화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통화·재정 당국 수장이 머리를 맞대 경제 인식을 공유한 것은 시의적절한 일이다. 때맞춰 이 총재는 그제 “경제 상황이 개선될 경우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그 가능성에 대한 검토를 해나가야 할 것”이라며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바꾸겠다는 뜻을 공식화한 상태이다.
지금 세계는 초저금리로 인한 유동성 잔치가 끝나가는 상황이다. 국내 역시 장기 저금리정책으로 인한 가계부채 증가, 부동산시장 거품 등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대응에 실패하면 자산시장에 충격을 주고 가계빚 폭탄이 터지면서 한계가구부터 어려움에 처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경기회복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고, 저금리의 후유증 치료와 새로운 산업구조 재편을 진행해야 할 막중한 책무가 재정·통화당국에 주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엇박자가 나면 한국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우리는 두 당국이 과거 서로 소 닭 보듯 해왔다는 것을 잘 안다. 지난해 말 유일호 당시 부총리와 이 총재가 구조조정과 경기부양을 놓고 책임을 떠넘기며 네 탓 공방을 벌인 모습은 시민을 실망시켰다. 다행히 김 부총리와 이 총재는 금융위기 때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한은 부총재로 호흡을 맞춰왔다고 한다. 한은은 물가안정에만 매이지 않고 민생 문제까지 포괄하는 목표를 갖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재정당국도 한은을 ‘남대문출장소’로 여기는 인식은 버려야 한다. 개인과 기업 등 경제주체들도 빚을 줄여야 살 수 있는 시대임을 알아야 한다.
'온라인 경제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설]미 금리 인상, 한국 경제 취약점 손볼 마지막 기회이다 (0) | 2017.06.16 |
---|---|
[기고]중소기업 울리는 재벌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0) | 2017.06.14 |
[시론]부동산 대책의 패러다임 전환 (0) | 2017.06.12 |
[기고]정치적 공간에서만 부활하는 다운계약서 관행 논란 (0) | 2017.06.09 |
[사설]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부동산 과열 (0) | 2017.06.0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