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부동산 대책의 패러다임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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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제칼럼

[시론]부동산 대책의 패러다임 전환

by eKHonomy 2017. 6. 12.

새 정부 출범을 전후로 집값이 크게 오르고 있다. 서울지역 월평균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4월부터 선거를 치른 5월까지 한 달간 무려 2.0% 올랐다. 출범 이후 4주 연속 오르더니 마지막 주간 상승률은 2006년 이후 10여년 만에 최고치에 달했다. 강남에서 촉발된 집값 급등은 분당, 평촌, 일산 등 수도권으로 확산되면서 비록 국지적이지만 부동산 시장 과열 조짐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부동산 시장이 이렇게 과열되는 현상을 두고 일부 언론들은 참여정부 시절 부동산 시장 상황의 재연을 우려하고 있다. 집권 초기 규제강화를 폈던 역대 정부에서는 역설적으로 집값이 올랐는데 참여정부가 바로 그랬다. 참여정부의 제2기로 불리는 문재인 정부도 시장부양보다는 규제 쪽에 힘을 더 실을 것이라는 점이 지금의 시장과열을 설명하는 이유란 것이다. 하지만 새 정부는 아직 이렇다 할 만한 부동산정책을 내놓지 않았고 규제를 강화한다 해서 값이 마냥 오르진 않는다.

 

최근의 서울지역 아파트값 상승은 강남 재건축이 견인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후 4주차에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0.43% 올라 32주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 달 전인 4월 말에 견주어 10배 이상 급등한 것이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가격 앙등과 거래붐은 이미 지난 2~3년간 계속되어 왔던 터다. 이를 우려해 정부는 지난해 강남·송파·서초, 강남 3구를 조정지역으로 묶는 ‘11·3대책’(1순위 자격강화, 재당첨제한, 분양권 전매 제한 등)을 실시했다. 하지만 최근 강남 집값 급등은 11·3대책의 약발이 최소한 강남에선 다한 것임을 말해준다. 그도 그럴 것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직접 타깃으로 하는 조치들은 모두 비켜갔기 때문이다. 가령 최근 강남 4구의 입주권 거래가 급증하지만 11·3대책엔 이에 대한 조치가 없었다.

 

이명박 정부 이후 경기 활성화의 일환으로 재건축 규제완화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왔다. 재건축 소형주택의무 건설 비율 완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유예, 재건축 가능 연한 단축, 조합원 지위 양도, 재건축 용적률 완화, 분양가구수 완화, 투기과열지구의 해제 등은 모두 ‘재건축을 돈이 되는 것’으로 만들어 왔다. 투기적 수요가 몰리는 강남 재건축 단지들은 거듭된 규제완화의 혜택을 톡톡히 봐 왔다. 이를 잡으려면 강남을 청약과열을 잡는 조정지역으로서가 아니라 투기과열지역으로 지정했어야 한다.

 

이렇게 보면, 경기부양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푼, 지난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들은 대부분 그대로 남아 있다. 저금리,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1순위 자격 완화, 분양권 전매 완화, 다주택 중과 완화, 보유세 완화, 분양가 상한제 철폐, 재건축 규제완화 등이 그러하다. 수요 진작을 위해 푼 규제완화는 지난 3년여간 인허가 물량, 매매거래, 분양거래, 가격상승 등의 기록을 경신할 정도로 부동산 시장을 필요 이상으로 달구어 왔다. 이러한 부동산 규제완화 제도들을 대거 물려받은 현 정부의 상황은 참여정부의 초기 상황과 비슷하다.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양도소득세 및 취등록세 감면, 전매제한 폐지, 청약요건 완화, 대출확대, 분양가 자율화 등과 같은 부동산 부양책을 대거 썼다. 박근혜 정부의 ‘초이노믹스’와 다를 바 없었다. 경기가 되살아나면서 이렇게 푼 부양책으로 인해 집값은 2001년부터 오르기 시작했고 참여정부에까지 이어지면서 고공행진을 불러왔다. 분양권 자율화 폐지, 종부세의 도입, DTI 도입, LTV 강화, 재건축초과익환수제 도입 등과 같은 초강수를 뒀지만, 경기마저 활황을 이루어 참여정부는 집값(특히 버블세븐 지역)을 끝내 잡지 못했다.

 

지금의 부동산 과열은 박근혜 정부의 규제완화가 만든 온기가 새 정부의 미온적 정책상황과 맞물려 가열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새 정부는 지난 정부가 푼 규제완화들을 하나하나 검토해 제자리에 되돌려놓는 것으로 새 정책의 시동을 걸어야 한다. 특히 초이노믹스는 ‘부동산 적폐 1호’라 할 정도로 우선 청산의 대상이다. 이를 우리는 ‘규제의 강화’로서가 ‘규제의 정상화’로 읽어야 한다. 이젠 부동산 정책을 ‘규제 강화냐 완화냐(냉탕 온탕)’의 이분법으로 보는 걸 넘어, 저성장기를 전면 맞은 한국의 부동산 시장 패러다임을 중장기적으로 어떻게 바꿔가야 할지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지난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는 단기적인 세입자 대책 중심의 공약만 내놨다. 기득권을 지키려는 시장세력의 반격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이제부턴 문재인 정부다운 색깔있는 정책을 과감하게 내놓아야 한다.

 

조명래 | 단국대 교수·도시지역계획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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