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행정부는 잘하고 야당은 못했다는 남 탓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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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제칼럼

[사설]행정부는 잘하고 야당은 못했다는 남 탓 담화문

by eKHonomy 2016. 2. 1.

유일호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경제·사회부처 장관들이 어제 ‘청년과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정부는 담화문에서 “정부는 개혁입법을 위해 최선을 다해 국회를 설득해왔지만 더 이상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라며 “대통령과 정부가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국민이 도와달라”고 말했다. 국회가 개혁입법을 가로막고, 지방 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거부한 탓에 정부가 일을 못하니 국민이 심판해 달라는 얘기다. 국회에 법안을 설명하고 설득해야 할 책임이 있는 행정부마저 국회를 탓하며 국민 심판 운운하는 상황에 말문이 막힌다.

당장 정부는 할 일 다 했는데 국회는 뭐하느냐는 인식의 오만함이 놀랍다. 유 부총리는 “정부의 노력은 건국 이래 최고 신용등급으로 돌아왔고,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최고 성장전략으로 평가받았다”고 말했다. 경제 불씨가 살아나고 고용률 증가, 주택시장 훈풍에 이어 수출 규모는 세계 6위로 올라서는 등 선전했다고도 덧붙였다. 저금리와 중국경제 둔화로 기업들이 아우성치는 상황에서 1월 수출이 18%나 급감하고, 청년들이 취업난에 허덕이는 현실을 알고 하는 얘기인지 기막히다. 주택시장 훈풍의 뒷면에 가계 빚 급증이 자리하고, 이로 인해 경제가 나아가지 못한다는 것은 알려진 얘기이다. 재정 누수를 막기 위해 애썼는데도 나라 곳간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도 본말이 전도됐다. 나랏빚 급증이 경기 부양한다며 애먼 곳에 재정을 쏟아부은 결과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백번 양보해 정부 주장대로 관련 법이 통과되더라도 재벌에는 희망이 될지 몰라도 서민과 중산층 삶의 개선과는 거리가 멀다.

자가당착적인 경제 진단보다 더 기막힌 것은 권위주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담화문이란 형식의 일방적 통보이다. 장관들은 담화 발표로 제 할 말만 하고 질의응답은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 이번 담화는 지난주말 일부 경제법안의 국회 통과가 무산된 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준비됐다고 한다. 행정부가 국회에 법안 처리를 요구할 수는 있다. 하지만 ‘국민이 도와달라’는 식의 접근법은 여권의 2중대를 자임하면서 총선에 개입한 것이나 다름없다. 담화가 국회를 문제 삼고 있지만 겨냥점이 야당이라는 것은 뻔하다. 정책실정의 책임을 떠넘기고, 국민에게 심판해달라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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