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가 이달 말이면 기축통화 지위를 부여받으면서 글로벌 통화로 자리매김될 것으로 전망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엊그제 “(30일의) 집행이사회에서 중국의 특별인출권(SDR) 편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SDR는 IMF 회원국이 금융위기 때 가져다 쓰는 구제금융 성격의 자금이다. 현재는 미국 달러, 유로, 파운드, 엔화만이 가능하다. 중국의 부상을 우려한 미국·일본이 당초 부정적이었으나 최근 마음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의 위안화 국제화는 숙원이다. 올 초에는 미국 등의 반발에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을 성공시킨 바 있다. 이를 고려하면 이번 SDR 편입은 달러 패권 시대의 균열의 시작인 동시에 글로벌 통화체제의 변화를 의미한다.
물론 이사회의 승인이 나더라도 중국의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낮고 최대 교역품목인 석유가 달러로 거래되는 점을 감안하면 위안화가 곧바로 달러와 맞먹는 지위를 얻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위안화의 힘은 갈수록 강해지면서 슈퍼파워를 향해 줄달음질할 게 뻔하다. 당장 각국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중 위안화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5년 내 세계 외환보유액의 9%가량인 1조달러가 위안화로 전환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달러, 유로, 파운드화에 이어 현재 4위 수준인 위안화의 무역결제 비중 확대는 말할 것도 없다. 중국의 교역규모는 이미 미국을 제친 4조3000억달러로 세계 1위다. 세계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1%에 달한다. 실물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통화가 뒤따른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에서 직원이 위안화 지폐를 정리하고 있다._연합뉴스
위안화의 기축통화 부상은 한국 경제에도 영향이 커 예의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 중국을 최대교역국으로 두면서도 정작 달러 일변도의 무역거래를 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위안화의 SDR 편입은 달러 의존도 완화, 대외 건전성 제고라는 측면에서 기회이다. 다만 더욱 정교한 환 위험관리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양날의 칼이다. 장기적으로 위안화 가치 상승은 달러 약세를 부추겨 원화 강세를 불러올 수도 있다. 한·중 간에는 이미 서울에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을 만들어 위안화 거래를 시작한 상황이다. 기업들은 환전과 위험회피 차원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중국 시장의 불안 등을 들어 적극적이지 않다. 글로벌 통화 움직임을 더욱 면밀히 살피고, 적응력을 키우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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