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3세 승계구도 관전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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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의 경제시평

삼성의 3세 승계구도 관전 포인트

by eKHonomy 2014. 4. 8.

삼성의 잇단 계열사 사업조정이 신문 경제면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작년에 패션부문을 떼어내고 전자소재 업체가 돼버린 제일모직이 결국 전자계열의 삼성SDI와 합병하더니, 곧바로 화학계열의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 간 합병 뉴스가 날아들었고, 그 다음은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 등 건설계열 차례라는 예측 기사가 넘쳐났다. 그리고 그 끝에는 이재용 부회장 남매들로의 승계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소위 전문가들의 코멘트가 빠짐없이 붙어 있다.

한국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삼성의 일인데,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하다. 사업조정의 향배에 따라 계열사 주가가 춤을 추니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재벌가의 이면을 들춰보고 싶은 대중의 호기심 충족을 위해 경제부 기자들도 연신 가십성 기사를 쓴다. 수요가 있는데 어찌 공급이 없겠는가. 그러나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내가 보기에, 작년 하반기 이래 진행되어 온 삼성의 계열사 조정은 네 가지 목적과 관련되어 있다. 그중 세 가지는 거의 확실한데, 나머지 한 가지는 솔직히 오리무중이다.

가장 확실한 것은 상속증여세법상의 일감몰아주기 과세 회피 목적이다. 작년의 첫 과세조치 결과 중소기업인들이 세금폭탄을 맞았다고 볼멘소리를 내기도 했지만, 사실 대부분의 세금은 소수의 재벌 총수일가들이 냈다. 이재용 부회장 남매도 예외가 아니다. 이들에게는 세금 자체보다도 일감몰아주기에 따른 부당이득 수혜자로 신문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이 더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현행 세법에서는 대주주의 지분율 및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비중을 기준으로 증여의제 이익을 계산하여 세금을 매기는데, 계열사 사업조정을 통해 과세기준에 해당되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삼성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그룹에서 이러한 조정 작업이 속속 진행되고 있다. 올해 실적을 바탕으로 한 내년의 일감몰아주기 과세 명단에서는 아마도 주요 그룹 총수일가의 이름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두 번째 목적은 계열사들의 유사 사업부문을 조정하는 것이다. 계열사들이 제각기 사업다각화를 추진하다 보니 같은 그룹 내에서도 충돌·경쟁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삼성에도 건설업을 하는 회사가 네 곳이나 된다. 계열사 ‘월급 사장들’의 단기 실적 압박이 큰 사고를 불러오기도 한다. 작년 GS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등이 해외 덤핑 수주의 여파로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것이 그 한 예다. 부실 계열사를 대놓고 부당지원하는 것도 쉽지 않게 되었으니, 그룹 차원의 사업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위 두 가지 작업의 연장선상에서, 복잡하게 얽힌 계열사들 간의 출자구조를 정비하는 것이 세 번째 목적이다. 특히 작년 말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신규 순환출자가 금지된 것도 출자구조를 단순화해야 할 배경이 되고 있다. 당장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지는 않더라도, 거미줄 같은 출자구조를 유지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이상의 세 가지 목적은 분명한데, 모든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나머지 한 가지 목적, 즉 3세 승계 작업과의 연관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종국적으로는 모든 것이 3세 승계로 귀착되겠지만, 관건은 전자·금융·건설·화학·패션 등의 사업부문 중 어느 것이 누구에게로 간다는 식의 승계구도 밑그림이 확정되어 있느냐는 것이다. 지난 15년 동안 삼성을 지켜본 나의 감으로는, 그 밑그림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본다. 아니, 이건희 회장이 살아 있는 한 그 밑그림을 공식화하지 못하는 것이 삼성의 가장 큰 특징이자 취약점이다.

삼성일가 수영장 관람 (출처 :경향DB)


지금 삼성에는 두 개의 금기가 있다. 승계와 노조다. 3세 승계의 밑그림이 드러나는 순간 ‘미래의 오너’를 향한 임원들의 충성 경쟁으로 ‘남매의 난’을 불러올 수도 있고, (삼성코닝정밀소재의 사례에서 보듯이) 분가가 예정된 계열사의 직원들이 동요하면서 노조를 결성할 수도 있다.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니, 그 누구도 이건희 회장 앞에서 승계 문제를 입에 담을 수 없다.

옛날 같으면 당장 위헌소송을 제기했을 일감몰아주기 과세는 이제 삼성도 수용할 수밖에 없다. 미약하나마 경제민주화의 성과다. 그러나 삼성의 새로운 리더십 창출 문제는 여전히 한 가문의 일로 치부되면서 베일에 싸여 있다. 이래서는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삼성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삼성의 약점이자 경제민주화의 과제다. 가문의 베일을 벗겨내고 냉정하게 보자.


김상조 |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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