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혁명의 완성을 위하여
본문 바로가기
경제와 세상/정대영 칼럼

촛불혁명의 완성을 위하여

by eKHonomy 2016. 12. 29.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보려는 주장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기득권 세력에 의해 오랫동안 쌓인 적폐가 엄청나기 때문에 당연히 개혁 대상도 많을 것이다. 개헌 논의부터 시작하여 시민의회 설립, 선거제도 개혁, 국민소환제 도입, 대통령과 각료의 24시간 일정 공개, 부정부패 처벌에 대한 공소시효 중지, 재벌개혁, 기본소득제 도입 등등이다. 거의 모두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줄 수 있는 정책이다.

 

이런 과제들은 많은 연구와 준비가 필요하며 한꺼번에 모두 할 수 없고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이외에도 꼭 필요하지만 제기되지 않은 개혁 과제를 찾아야 한다. 실질적인 효과가 없으면서도 보여주기 위한 정책은 빼버려야 한다. 이러한 작업을 제대로 해야 촛불혁명이 완성되고 시민들의 실질적인 삶도 향상된다.

 

경제 분야에서라도 이에 대한 작은 논의를 시작해 보고자 한다. 한국 경제가 갖고 있는 문제는 아주 많지만 크게 보면 세 가지로 모아진다. 불평등의 심화, 괜찮은 일자리 부족, 성장세 둔화이다. 이 세 가지를 잘 연결해보면 문제의 뿌리가 상당부분 일치한다.

 

17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의 8차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삼청동 총리공관 앞까지 행진한 뒤 경찰에 가로막혀 있다. 연합뉴스

 

한국의 불평등은 심각하면서도 구조와 원인이 특별하다. 한국은 상위 10%의 소득집중도는 50%를 넘을 것으로 추정되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상위 0.1%, 1%의 소득집중도도 나쁘기는 하지만 미국에 비해서는 양호하다. 한국에서 상위 10%에 속하는 사람은 재벌과 기업의 경영진, 임대사업자, 의사 등 전문직, 관료와 판검사 교수, 금융기관과 공기업 직원, 대기업 정규직 등일 것이다. 이들의 높은 소득은 시장의 경쟁을 통해서 얻어지는 부분은 작고, 대부분 불공정한 법과 제도, 과보호와 특혜, 단합된 힘에 의한 것이다.

 

재벌 등 일부 기업 경영진은 정치권과 관료, 언론과 학계 등을 포획하여 불공정하게 소득을 늘리고 있다. 임대사업자의 높은 소득은 주택임대소득 비과세 등 부동산 부문에 대한 특혜와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전문직은 정원과 업무영역의 엄격한 보호로 고소득을 유지할 수 있다. 관료, 판검사, 교수 등은 국민의 세금에 의해 안정적인 소득과 노후가 보장된다. 은행 등 금융기관은 진입규제에 의한 시장 보호로 임직원의 고소득이 가능하다. 대기업 정규직도 노조의 단합된 힘이 높은 소득의 원천이다.

 

이런 불평등 구조는 괜찮은 일자리 부족과 바로 연결된다. 상위 10%가 국민경제의 성과를 50% 이상 가져가면 나머지를 놓고 90%가 싸워야 하기 때문에 괜찮은 일자리가 생겨나기 어렵다. 비정규직, 중소기업 노동자, 영세 자영업자의 낮은 소득은 90%의 죽기 살기식 경쟁 때문이다. 여기에다 상위 10%에 해당하는 일자리는 대부분 법과 제도에 의해 수와 자격이 엄격히 통제돼 있다. 경제가 잘 돌아가도 늘어나기 어려운 구조다. 한국은 불공정하게 특혜를 받고 있는 좋은 일자리의 소득을 줄이고 수를 늘려야만 괜찮은 일자리가 늘어난다. 나쁜 일자리에 대한 지원 확대나 공무원 증원과 같이 좋은 일자리를 인위적으로 늘리는 것은 국민경제의 부담 때문에 한계가 있다.

 

다음으로 불평등은 두 가지 방향에서 경제성장을 어렵게 하고 있다. 첫째, 소비성향이 높은 하위 90%의 소득이 정체되어 있어 소비가 위축되고 성장이 둔화된다. 둘째, 불평등의 원인이 주로 불공정과 특혜, 과보호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법과 제도, 정책 등을 신뢰하지 않는다. 이는 사회적 자본의 근간인 신뢰기반을 훼손시켜 경제 전체의 생산성 향상을 막는다. 현재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잠재성장률은 노동 자본 생산성에 의해 결정된다. 노동은 고령화와 노동시장 불균형으로, 자본은 과잉 생산능력 등으로 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생산성마저 개선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잠재성장률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괜찮은 일자리를 늘리고 성장능력을 높이려면 상위 10%의 기득권을 보장하는 법과 제도, 관행 등에 대한 대대적 개혁을 통한 불평등 완화가 필요하다. 현재 많이 논의되고 있는 재벌개혁만으로는 한국 경제가 별로 바뀌지 않는다. 특히 다수 국민의 실질적 삶은 거의 변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기득권 구조는 더 광범위하고 뿌리 깊기 때문이다. 한국의 상위 10%는 숫자도 많고 여론 주도층이다. 이들에 대한 개혁의 성공 여부가 한국 경제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촛불혁명은 지금부터 시작인 것이다.

 

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