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윤경 에듀머니 이사
ㆍ신용대출 늘어나 가계 부채 악화
지난해 말 정부가 발표한 ‘2010년 가계금융조사’ 결과 우리나라 한 가구의 평균 총자산은 2억7268만원, 부채는 평균 4263만원이라고 한다. 이러한 조사결과에 대해 정부는 현재의 가계부채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가계 재무 건전성에 대해 이렇게 단순 총량적 지표만을 기준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우선 우리나라 가계대출의 내용은 다른 나라와 달리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다. 국내은행의 전체 가계대출 중 주택 관련 대출 비중은 65.3%로 미국의 75.8%, 일본의 83.2%보다 상당히 낮은 편이다. 이는 모기지 대출이 70~80%에 이르는 주요국과 크게 구별되는 특징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가계부채가 주택 관련 대출 비중이 낮은 것은 그만큼 신용 관련 대출이 늘어나는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따라서 자산 대비 부채 비중이 아직은 괜찮은 수준이고, 주로 상위 소득 계층에 부채가 집중돼 있기 때문에 괜찮다고 자평하는 것은 직면한 문제를 과소평가하는 태도일 수밖에 없다.
(경향신문 DB)
특히 최근에는 카드사들이 과당경쟁에 돌입하면서 신종 신용대출 상품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최고 수수료 29%까지 되는 리볼빙 결제 비율이 늘어나고 카드론 사용자가 지난 한 해만 40% 이상 증가했다. 이미 담보대출을 갖고 있는 가정이 마이너스 통장에서 신용카드 결제 지연과 카드론 사용까지 이동하고 있다는 것은 가계 부채가 악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단순 총량 평가가 아닌 질적 평가가 전제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렇게 가계대출이 악화하는 데에는 가정경제가 이미 담보대출을 상환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음에도 소비 구조의 통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약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문제 해결의 의지가 적은 것을 개인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 그보다는 여러 금융환경의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 각성 수준이 지나치게 낮다는 것을 지적해야 한다.
가장 큰 위험은 카드사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이다. 최근 카드시장은 2003년 카드 대란 당시가 떠오를 정도로 위험한 경쟁을 하고 있다. 전업카드사끼리의 시장 점유율 경쟁은 물론이거니와 은행들의 카드분사 움직임, 통신사들의 카드업 제휴와 진출 준비 등으로 카드 시장은 점점 치열한 각축장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모집인이 크게 늘어나고 불법 모집 또한 카드대란 이후 재연되고 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전에 비해 카드의 과당 경쟁이 조금 더 세련되어졌다는 점이다. 고리의 수수료가 주어지는 악성 신용 서비스를 마치 우대 고객을 위한 혜택인 양 선전하면서 지나친 모객행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업 과정에서는 비싼 수수료에 대한 고지는 쏙 빼놓고 결제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등 리볼빙 서비스에 대해 전화를 통한 불완전 판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금리를 우대해 주겠다면서 카드론을 과장 선전하고 카드론 대출이 추후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설명에서 빼버린다. 이에 따라 당장 현금흐름이 심각한 상태가 아님에도 카드 대출을 추가로 일으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렇듯 카드사들의 과도한 마케팅이 가계대출을 질적으로 악화시키면서 부실화 가능성을 키우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카드사 마케팅에 대한 주의도 필요하지만 가계부채 악화가 몰고 올 사회적 파장에 대한 정부 당국의 선제적 대응이 절실한 때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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