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1일 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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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인 칼럼

3월11일 즈음에

by eKHonomy 2021. 3. 22.

올해 3월11일을 전후하여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먼저 10년 전 이날 국회에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이 개정법은 특히 종류주식의 발행을 허용하고 이사회 결의를 통해 배당도 주식과 같은 현물로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중 종류주식은 복수의결권을 통해, 현물 배당은 포이즌 필을 통해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한 방어수단으로 재벌이 끈질기게 요구해 온 것이었다.

 

그런데 복수의결권과 포이즌 필은 최종적으로 모두 제외되었다. 낙후된 기업지배구조하에서 덜컥 재벌의 경영권만 공고화해 줄 경우 득보다 실이 많다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현행 상법은 ‘의결권을 제한’하는 주식의 발행은 허용하지만(상법 제344조의3) ‘의결권을 몇 배로 뻥튀기’하는 주식은 금지하고 있다. 재벌은 입맛을 다시며 후퇴했다.

 

그중 복수의결권이 다시 돌아왔다. 정부가 벤처 규제 완화를 명분 삼아 복수의결권을 도입하는 내용의 벤처기업법 개정안을 발의했기 때문이다. 일부 사람들은 올해 3월11일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한 쿠팡 지주회사를 두고 복수의결권과 결부시키는 억지를 부리기도 했다. 시민사회단체는 즉각 반발했지만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적당한 통과의례를 거친 후 국민의힘과 짝짜꿍이 되어 이를 밀어붙일 태세다. 명분에 밀려 공청회를 하기로 했지만 찬성 측 인사를 과반수 넣었다. 찬성 측 진술인 중 한 분은 2005년 이 주제로 전경련이 발주한 용역을 수행하기도 했다. 이학영 산자위원장은 각성하고 사태를 바로잡아야 한다.

 

부동산 투기로 시끄러운 3월
형사상 처벌만이 능사 아냐
투기 재산 소급해 환수하도록
‘민사적 환수’ 이학수법 도입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부당 합병 및 분식회계 사건 재판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이날 재개되었다. 이 부회장의 부당 승계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것이다. 한편 이날 언론들은 이 부회장의 프로포폴 추가 투약 의혹을 보도하였고, 이 부회장 측은 프로포폴 수사를 중단해 달라며 수사심의위원회 개최를 요구했다. 일부 언론은 오늘(22일) 수사심의위원회가 개최될 가능성을 보도했다.

 

이 부회장의 취업제한을 두고도 코미디가 진행되었다. 법무부의 취업제한 통보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주총은 이 부회장을 해임하지 않았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는 ‘법령을 잘 준수하라’는 취지의 권고를 하기로 했다. 법령을 잘 지키는 것이 무엇인지는 판단하지 않고. 이게 ‘총수도 무서워할 준법감시조직’인지는 독자들의 판단에 맡긴다.

 

3월11일을 전후하여 미국 국채 금리가 ‘발작’(탠트럼)을 일으켰다. 1.5%에서 1.6%까지 급등락을 보였다. 적어도 일시적으로 미국 금리는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고 변동성도 클 것 같다. 문제는 한국이다. 해외 금리가 상승할 경우 한국은행이 선택할 수 있는 정책 범위가 넓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한국은행법을 개정하여 한국은행이 비은행 민간의 자산을 직접 매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전체적으로 신용을 축소하면서 자금이 필요한 일부 민간 부문에 직접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3월 내내 전 국민의 관심사는 단연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실태였다. 선거를 앞두고 지지율 급락에 놀란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가능성과 유효성을 검증하지도 않은 채 ‘전 공무원의 재산등록’ ‘부동산 투기자에 최대 무기징역형 선고’ 등 급조된 엄포를 쏟아냈다. 그러나 형사상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민사사건보다 훨씬 강한 입증책임이 요구되고, 판사가 ‘작량감경’ 등의 방식으로 형량을 낮출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팔자를 고칠 수 있는 돈’만 벌 수 있다면 몇 년 감옥에서 몸으로 때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나는 민사적 환수제를 도입하는 것이 더 유효한 방지책이라고 본다. 법안도 다 나와 있다. 통상 이학수법이라고 알려진 특정재산범죄에 대한 재산환수법이 그것이다. 특정재산범죄의 정의에 부동산 투기를 추가하면 된다. 소급입법도 가능하다. 이미 친일재산귀속법에서 그 법리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학수법이 발의되었을 때 박범계 의원은 격렬하게 반대했다. 이제 그 허물을 씻을 기회가 왔다. 박범계 장관은 공연한 ‘모해위증’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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