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녹조의 역습’ 부른 4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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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녹조의 역습’ 부른 4대강

by eKHonomy 2012. 8. 16.

장상환 | 경상대 교수·경제학


낙동강과 한강이 녹조류로 뒤덮이고 수돗물에 냄새가 나는 일까지 벌어졌다. 4대강 사업을 비판한 사람들이 이미 예견했던 일이다. 정부는 이번 녹조현상을 두고 폭염과 가뭄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날씨에 핑계를 댄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의 영향을 부정할 수 없다. 4대강 사업은 4대강의 녹조 발생에 두 가지 면에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보를 세워 물의 흐름을 늦추고 강을 호수로 만들어 버렸다. 김좌관 교수의 분석에 의하면 녹조현상은 수온과 빛의 양, 물을 썩게 만드는 ‘인’의 총량에 영향을 받지만 물의 체류시간도 중요한 요인이다. 체류시간이 길다는 것은 조류가 세포분열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다는 것이다. 또한 물이 흐르면 강의 얕은 여울에서 산소가 공급되어 물이 썩는 것을 막아주는데, 물이 정체되고 수심이 깊어지면 이러한 기능이 없어진다. 


녹조 서울 한강으로 (출처: 경향DB)

낙동강의 경우 녹조현상이 과거에는 하굿둑에 가까운 곳에서 나타났는데, 올해에는 보를 막은 중상류에서도 발생했다. 또 낙동강 지천 중 물이 흐르는 지점에는 녹조가 없는데, 낙동강 본류의 수위 상승의 영향을 받아 물이 흐르지 않는 지점에는 녹조가 끼었다. 녹조가 4대강 사업 때문이라는 증거다.


4대강 사업을 한 남한강의 수질은 괜찮은데 북한강에 녹조가 낀 것도 북한강 수계에 춘천댐, 의암댐 등 댐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조차 녹조를 이상기후 탓으로만 돌리고 마냥 기다릴 수 없었다. 지난 10일 오전 9시부터 충주댐에서 평소의 5배 정도인 초당 540t의 물을 방류했으며, 이포보와 여주보도 수문을 개방하고 물을 방류했다. 의암호의 경우 소양강댐에서 지난 1일부터 초당 30t에서 45t으로 발전 방류량을 늘려서 댐 하류의 수온을 약 30도에서 20도까지 끌어내렸다. 여기에 주말부터 내린 비도 가세해 한강의 조류 농도가 상당히 내려갔다.


다음으로 4대강 사업은 수변식물, 수생식물의 생육 환경을 파괴해 강의 자체 정화기능을 약화시켰다. 강과 호수, 개울 등의 습지는 물이 정체해 있어도 자체 정화기능으로 수질 악화를 막을 수 있다. 버드나무·오리나무·갯버들·억새·창포·붓꽃 등 습생식물과 갈대·줄·부들 등 정수식물, 수련·가래·마름 등 부엽식물, 개구리밥 등 부유식물과 같은 다양한 수변·수생 식물은 인이나 질산 같은 오염물질을 빨아들이는 대신 산소를 배출해 수질을 정화하는 기능을 한다. 우포늪은 가시연꽃을 비롯한 수생식물들의 자정작용 덕택으로 수질이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그런데 4대강 사업은 홍수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수변환경을 마구 파헤쳐 평상시 깊이를 수생식물이 자랄 수 없는 6m로 낮추고, 낮은 경사도를 급경사로 바꾸고, 벽돌이나 돌망태로 호안공사를 하면서 식물이 자랄 수 있는 흙을 제거해버렸다. 


한강은 상류 댐의 방류량 증가에 의한 수온 하강으로 녹조 감소효과를 거두고 있지만 이러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낙동강과 영산강, 금강의 녹조현상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주말에 내린 비에 따른 일시적 효과가 끝나고 더위가 오면 다시 녹조가 번창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녹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1차 수질 정화가 필수적이다. 강의 녹조와 바다의 적조는 모두 생활하수와 비료 사용 증가, 축산분뇨 배출 등 인과 질소의 과다 유입 때문이다. 남해안 적조가 심각하다. 2008년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산소 결핍으로 생물이 살 수 없는 일명 ‘죽음의 바다’는 발트해, 멕시코만, 동중국해와 한반도 남서해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405군데나 되고 면적은 24만5000㎢에 달한다.


4대강의 녹조 문제를 해결하려면 당장 4대강 16개 보의 수문을 모두 열어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여당 국회의원들과 보수적인 사법부의 지원으로 4대강 사업을 강행했지만 과학적 진실까지 덮을 수는 없다. 외국의 강 개발과 복원 사례를 충분하게 검토하고, 졸속으로 끝낸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철저하게 하면 해답이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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