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성장보다 분배 택한 미 대선, 한국 대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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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장상환의 경제시론

[경제와 세상]성장보다 분배 택한 미 대선, 한국 대선은?

by eKHonomy 2012. 11. 7.

장상환 | 경상대 교수·경제학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세계 각국에서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어 왔는데 이제는 이를 바로잡는 것이 경제성장과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는 정책노선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것은 일자리 창출, 건강보험 개혁, 증세와 재정적자 축소 등 분배 개선의 경제정책이 미국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소득불평등이 대공황 이후 최고치에 달했고, 경제위기 후 회복기에 소득 상위 1%가 전체 소득 증가의 93%를 가져갔으니 미국민들이 불평등 완화를 바란 것은 당연하다. 분배(평등)보다는 성장에 정책의 중심을 둔 미트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가 낙선한 것은 레이건 대통령 시대에 등장했던 감세와 트리클 다운 효과의 경제학이라는 진부한 이야기가 국민들에게 외면당했음을 보여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경향신문DB)


 중국에서도 소득분배 개혁이 시진핑을 중심으로 구성될 차기 지도부의 최우선 국정과제로 등장했다. 중국은 후진타오 집권기인 2003~2011년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10.7%로 1인당 국내총생산도 2002년 1135달러에서 2011년 5432달러로 늘어났다. 그러나 상위 10%와 하위 10% 간의 소득 격차도 7.3배에서 23배로 늘어났다. 도시지역의 1인당 소득이 2005년 1만493위안에서 2011년 2만1810위안으로 1만1317위안 증가하는 동안 농촌지역 소득은 3225위안에서 6977위안으로 3752위안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니계수는 2003년 0.4에서 2012년 0.55로 올라갔다. 이런 불평등과 부정부패를 배경으로 군중시위 사건도 폭증했다. 새 지도부가 긴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불평등 확대에 따라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지난달 13일자에 ‘불평등 심화(growing inequality)’로 특집을 냈다. 부의 불평등은 기회의 불평등 문제와 사회구조 및 계급의 고착화를 가져오고, 이는 사회 유동성을 감소시켜 경제발전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한다고 진단했다. 불평등 해소와 경제성장을 함께 달성할 수 있는 정책방향으로 신흥국에서는 재벌체제 해소와 부패척결, 선진국에서는 빈곤계층에 초점을 둔 복지와 교육지출로 사회지출 용도전환, 누진세 등을 권고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한국에서 재벌들은 계속 흘러간 노래를 부르고 있다. 전경련과 아시아금융학회가 지난달 25일 주최한 학술대회에서 고려대 오정근 교수는 1990년부터 2010년까지의 연간통계를 사용해 분석한 결과 경제성장이 불평등 해소에 가장 크게 기여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재벌, 대기업 규제를 강화해 성장감소, 소득분배 악화의 악순환으로 갈 것이 아니라 규제완화를 통해 성장촉진과 소득분배 개선의 선순환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트리클 다운 효과 이론이다.


그러나 국제기구들의 연구는 이와 다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0월19일 발표한 ‘한국의 사회지출: 지속·포용성장을 촉진할 것인가’ 보고서에서 한국은 늘어나는 노령인구에 대항해 경제성장을 지속시키는 것과 소득분배를 완화해야 하는 두 가지의 연관된 과제를 안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처방으로 사회복지 지출을 확대하면 지속적이고 포용적인 성장, 즉 성장과 불평등 완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62%로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 가운데 세 번째로 낮은 원인은 여성 비정규직 비율이 42%로 남성(28%)의 두 배에 가깝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정규직·비정규직 차별에 따른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해소하고 공공보육과 직업교육에 대한 재정지출을 확대하면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아지는 등 노동공급 증가로 향후 10년간 연평균 1.1%의 성장률 상승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4월에도 IMF의 경제학자 앤드루 버그와 조너선 오스트리 이코노미스트는 ‘불평등과 지속불가능한 성장: 같은 동전의 두 면’이라는 보고서에서 소득불평등은 경제침체를 길게 하고 장기간에 걸쳐 성장률을 낮춘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한국이 이러한 세계적 흐름을 따라갈 것인가, 아니면 경제성장에만 기댈 것인가, 이번 대선은 중요한 선택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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