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불평등 심화의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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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장상환의 경제시론

[경제와 세상]불평등 심화의 대가

by eKHonomy 2012. 9. 5.

장상환 | 경상대 교수·경제학


 

세계경제가 지지부진하면서 한국 경제의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수출은 7~8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했고, 광공업생산은 2개월 연속 감소했다. 이에 따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도 2%대로 내려가고 있다.


수출부진에서 벗어나기 어려우므로 당연히 대안은 내수 활성화밖에 없다. 정부도 내수 활성화에 나섰지만 방향이 문제다. 3일 열린 제4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박재완 장관은 ‘민간의 활력회복이 경제를 살리기 위한 가장 손쉽고도 효과가 빠른 지름길’이라면서 재계가 지난달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제안한 114개 건의사항 중 73개를 반영하기로 했다. 법인세율 인상 지양, 개발부담금 한시 감면, 폐기물부담금 50% 감면, 수도권 자연보전권역 공장 증설 허용 등이 주된 내용이다. 규제완화를 통한 기업투자 촉진과 성장률 제고, 그리고 성장의 과실 확산이라는 낯익은 처방을 반복한 셈이다.


 그러나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서 투자가 활성화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 투자는 세계경제 환경의 변화에 민감하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면 투자를 줄이고 현금 유동성을 더 확보하려 한다. 실제로 국내 100대 대기업이 올해 6월까지 쌓아둔 현금자산은 66조원으로, 유로존 위기 이전보다 10조원이나 더 늘었다. 규제 완화는 오히려 기업의 이익만 늘리고 불평등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특히 환경 규제 완화는 가뜩이나 심한 환경파괴를 가속화할 것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 (경향신문DB)


내수 부진의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 바로 불평등의 대가인 소비 부진 문제다. 1980년대 세계화와 구조조정에 따른 불평등과 빈곤의 확대는 가계부채 증가, 금융자산의 투기활동 증가로 인한 자산거품 형성과 붕괴 등으로 소비 부진을 초래했다. 국내총생산 대비 민간 소비 비중은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60.3%였으나 그 후 50%대로 낮아졌고, 2011년에는 51.2%에 불과했다.


불평등 심화의 산물인 가계부채 부담이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 가계의 소득 대비 대출 원리금 상환부담률(DSR)은 2010년 11.4%에서 지난해 12.9%로 높아졌고, 최근 14%를 웃돈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가계의 DSR가 2007년 3분기 14.08%에서 올해 1분기 10.98%로 하락한 것과 대조된다.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이자비용이 2009년부터 임계치인 2.5%를 넘어 소비 위축이 현실화됐다. 2007년 이후 가계소비 증가율은 연평균 2.5%로 같은 기간 경제성장률 3.4%를 밑돌고 있다. 


소비 부진은 소득 부진 탓이다. 외환위기 후 1998~2011년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4.2%였으나 국민소득 증가율은 3.2%에 머물렀다. 수출 증가로 국민경제와 재벌대기업은 성장했지만 국민들은 성장의 과실을 제대로 맛보지 못한 것이다. 가계 소득이 부진한 것은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실업과 불안정고용 증가 등 일자리 사정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취업자 증가율을 경제성장률로 나눈 고용탄성치가 외환위기 전 1984~1997년에는 연평균 0.350이었으나 외환위기 이후 1998~2008년 사이에는 0.311로 낮아졌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2012년에는 0.290으로 더 내려갔다. 신규취업도 대부분 비정규직과 저임금의 좋지 않은 일자리다. 한편 불평등과 빈곤은 경쟁 격화에 따른 스트레스 심화와 자살 증가, 빈곤층 좌절감으로 인한 생활범죄와 성범죄 증가, 건강 불평등 심화 등의 사회적 문제를 유발하고 결국 경제 잠재력을 해친다.


기업규제 완화가 아니라 독과점자본 규제 강화와 노동조합 보호 강화, 세수 확대, 사회보장 확대로 경기침체에 대응해야 한다. 1929년 세계 대공황을 맞아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택했던 뉴딜정책의 핵심은 금산분리와 독과점 규제 등 자본활동에 대한 규제 강화와 노동조합 보호와 최저임금 등 노동자 보호 강화, 소득세율 인상과 사회보장 지출 확대 등 소득재분배 확대였다. 12월 대선을 맞아 일부 대선후보들이 프랭클린 루스벨트를 역할 모델로 삼겠다고 하는데 경기침체와 불평등의 시대에 방향은 옳게 잡은 셈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되도록 하는 것은 국민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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