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가계빚’ 과감한 대책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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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장상환의 경제시론

[경제와 세상]‘가계빚’ 과감한 대책 필요하다

by eKHonomy 2012. 12. 5.

장상환 | 경상대 교수·경제학


 

가계부채가 무려 100조원에 이르렀다. 사채를 이용하는 금융약자들이 약 600만명으로 추산되고 약 750만명 정도가 신용불량의 경계에 있는 것으로 진단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조사에 의하면 사금융 이용자 중 85%는 2년 이내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으로 생활비를 충당하지 못하는 저소득층들이 신용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고, 이후 ‘카드 돌려막기’를 거친 후 결국 ‘사채’를 이용하게 되면서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이다.

SBS 드라마 '쩐의 전쟁'의 사채사무실로 나오는 '동포사' (경향신문DB)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함에 따라 대선 후보들도 다양한 가계부채 해결 공약을 내놓고 있다. 박근혜 후보는 자활의지가 있는 채무자 지원, 금융회사 손실 분담, 선제적 시장대응으로 금융불확실성 제거라는 원칙 하에서 18조원의 ‘국민행복기금’을 조성해서 322만명에 달하는 저신용 서민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을 낮춰주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다만 캠코 등이 운영하는 각종 기금과 재원을 통합해 정부 재정지출 없이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후보는 금융기관의 책임을 중요시하여 이자제한법 개정으로 이자율 연 25%로 규제, 약탈적 대출을 금지하는 공정대출법, 채무자가 대리인을 지정하는 공정채권추심법 등 이른바 피에타 3법을 제정 또는 개정하겠다고 공약했다. 채무자의 재기를 위해 개인회생기간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고, 신용불량자나 파산자 등에게는 은행 압류가 금지되는 1인 1계좌의 ‘힐링 통장’을 보장하는 안도 내놨다. 두 후보 공약 모두 과감한 대책으로 보기는 어렵다.



가계부채 해결은 부채 가구의 구제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저성장과 불평등의 늪에 빠져 있는 한국경제의 회복을 위해서도 시급하다. 지난 4월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세계경제 전망에 포함된 ‘가계부채 다루기’에 의하면 지난 30년간의 경제위기와 회복국면 분석 결과 가계부채 규모가 클수록 경기침체 기간은 깊어지고 길었다. 경기침체 시 가계가 부채를 줄이는 부담 때문에 소비를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계부채 문제를 완화하는 정부 정책은 경기 침체 기간을 단축하는데 기여한다.


가계부채 해결을 위한 정부정책으로 이자율 인하 등 일시적인 거시경제 진작 정책, 소득안전망을 통한 가계지원 등은 채무상환 불능 증가와 주택가격 하락 사태를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이미 낮은 이자율을 더 이상 내리기는 어렵고 효과도 적다. 이때 정부가 가계부채 조정을 지원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1930년대 대공황 과정에서 미국에서는 새로 당선된 루스벨트 대통령 주도 하에 주택 보유자 대부공사를 설립했다. 주택 압류를 막기 위해 대부공사는 정부보증 채권과의 교환으로 은행으로부터 부실 주택담보대출을 매입했다. 100만건을 구입했는데 그 중 20만건은 채무자가 재협상된 담보대출을 상환하지 못해 결국 압류로 끝나버렸지만 나머지 80만건, 총 담보대출의 16%에 달하는 담보대출을 압류의 위험에서 구해냈다. 대부공사가 매입한 부실 담보대출은 47억5000만달러(당시 GDP의 8.4%)에 달했다.


공사는 담보대출을 매각했고, 1951년에 프로그램이 끝났을 때 평균적인 이윤을 올렸다. 재정 비용을 별로 들이지 않으면서 압류를 막는 성공을 거둔 것이다. 


이번 세계경제위기 과정에서 아이슬란드도 담보가치 대비 대출비율(LTV)이 110%를 넘는 저신용자 주택의 압류를 유예하고 LTV 110%를 넘는 대출원금을 탕감하고 상환기간을 연장해주는 조치를 취했다. 채무가구의 절반이 원리금 상환부담을 줄이는 혜택을 봤고, 15%가 대출금삭감 혜택을 봤다. 이러한 정부 지원에 의한 가계부채 채무조정에 대해 빚이 무서워서 집을 사지 않은 사람은 혜택을 보지 못하고, 빚을 내서 집을 산 사람은 이자율 인하와 원금 일부 탕감의 혜택을 입는 것은 도덕적 해이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부작용과 비용보다도 정부 개입에 의한 채무가구 구제와 국민경제 안정의 이득이 크다면 이를 감수할 수 있을 것이다. 새 정부에서 과감한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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