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노동쟁의에 민법·형법 적용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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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노동쟁의에 민법·형법 적용 안된다

by eKHonomy 2013. 1. 2.

장상환 | 경상대 교수·경제학


지난해 12월, 18대 대선이 박근혜 후보의 승리로 끝난 직후 4명의 노조간부와 활동가들이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 이명박 정부 5년간의 노동자 탄압이 지속될 것을 우려한 때문일 것이다. 2003년 두산중공업 배달호 열사의 분신자살과 노조간부 연쇄자살에 이은 비극으로, 10년이 지났는데도 안타까운 일이 반복되고 있다.


우리 사회 최대의 문제인 양극화가 심화된 것은 노동조합의 힘이 약화된 탓이다. 대기업이 하도급이나 납품 중소기업에 대해 하도급단가나 납품단가를 후려치기해 초과이윤은 올리려 할 때 중소기업은 그 부담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겼다. 중소기업에는 노동조합이 거의 없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인건비 삭감을 노동자들이 막아낼 수 없었던 것이다. 노동조합 가입률은 2011년 현재 10.1%로 20년 전인 1990년 18.6%에 비해 거의 절반 수준으로 내려갔다.


 

법률가 단체 회원들이 노동조합법을 개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출처 ;경향DB)



그런데 이렇게 노조의 힘이 약화된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노동조합에 대한 기업, 즉 자본의 공격이 심해진 한편, 국가의 노동권 보호는 미약함을 넘어 자본의 노동조합 공격을 방조한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1989년부터 일선 검찰청에서 노조의 쟁의행위를 업무방해죄로 기소하기 시작했다. 업무방해죄 기소 사례가 1988년 17건에서 89년 248건, 90년 308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2002~2006년 노동과 관련된 형사사건 1심 공판에서 쟁의행위의 형사처벌에 적용된 죄명 중 업무방해죄 비율은 30.2%에 달했다.


파업 손실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과 재산 가압류도 남용됐다. 1994년 대법원은 대구 동산의료원 사건에 대해 불법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2006년 철도공사가 철도노조를 상대로 낸 146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2009년 서울고등법원은 69억8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고 2011년 대법원 판결은 이를 확정했다. 한진중공업 노조 158억원, MBC노조 195억원, 현대자동차노조 179억원, 쌍용자동차노조 237억원을 포함해 7개 노조에 1000억원의 손배소가 진행 중이다.


여기에다 사적 폭력을 동원한 노조 탄압행위도 자행되고 있다. 지난해 7월27일 경기도 안산의 자동차 부품업체 에스제이엠(SJM)은 용역경비업체 컨택터스를 동원해 파업농성을 벌이던 노동조합원들에게 기습적인 폭력을 행사했다. 미국에서 19세기 말까지 저질러진 노조 파괴 만행을 연상시킨다. 당시 재벌들은 ‘핀커튼 단원’을 매수해 파업자들을 쏘아 죽였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1935년 노동조합법에서 부당노동행위라는 개념을 도입해 노조파괴 행위를 처벌하고 노동조합을 보호하게 됐다.


노동법은 민법과 형법에 대한 특별법이다. 노동법이 존재하는 것은 노사간 분쟁에 대해 민법과 형법의 적용을 배제해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노사관계에 민법과 형법을 적용할 경우 노동력을 파는 것 외에는 생존수단이 없는 노동자가 원천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헌법 33조는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제3조(손해배상 청구의 제한)는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해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노조 간부 입장에서 볼 때 파업에 앞장선 것은 동료조합원들을 위해 일한 것뿐이다. 남의 생명과 재산을 해친 일도 없는데 형법상의 죄로 징역을 살고, 생명과 같은 임금을 가압류당하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


박근혜 당선인은 ‘경제민주화’, ‘국민대통합’과 ‘민생정치’를 내세우고 있다. 1700만 노동자들의 간절한 소망이고 민주통합당도 공약한 노동기본권 보장을 실천하지 않을 경우 약속은 한낱 허언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 새 정부는 헌법과 노동법의 근본정신에 입각해 회사 측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조법 개정을 비롯해 이명박 정부의 ‘반(反)노조 정책’을 폐기해야 할 것이다. 또한 근로감독관을 증원해 노조에 대한 기업의 부당노동행위를 엄정하게 적발해 처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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