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심각한 역외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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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심각한 역외탈세

by eKHonomy 2013. 2. 27.

장상환 | 경상대 교수·경제학


 

박근혜 정부가 사회복지 재원 확보를 위해 지하경제의 양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탈세의 주역은 재벌 대기업과 총수들이다. 진보정의당 박원석 의원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1년 세무조사 결과 상위 100개 기업의 탈루소득은 4조46억원, 세금추징액은 2조6863억원으로 나타났다. 탈세 상위 100개 기업의 탈루소득과 세금추징액이 전체 기업의 절반을 넘었다. 기업들의 탈세수법은 매출누락, 비용 과다 계상, 증여세 탈세,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상속·증여세 회피, 역외탈세 등이지만 앞으로 가장 문제가 될 것은 규모가 거액인 역외탈세다. 국세청은 2011년에 역외탈세 조사로 9637억원의 탈루세금을 추징했고, 2012년에는 상반기에만 105건을 조사해 4897억원을 추징했다.

1천억원대의 회사자금과 개인자산을 빼돌려 역외탈세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는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이 19일 대검찰청으로 소환돼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경향신문DB)


전면 면세(바하마, 버뮤다, 케이맨제도) 또는 국외소득 면세(홍콩, 파나마 등) 등 조세피난처에서 이루어지는 역외금융의 규모는 엄청나게 팽창했다. 세계 무역량의 절반 이상이 서류상으로나마 역외의 조세피난처를 거친다. 은행업 관련 총자산의 절반 이상과 다국적 기업들의 외국인 직접투자액의 3분의 1이 역외세계를 거친다. 2010년 국제통화기금 추산에 따르면 작은 섬나라 역외금융센터들의 대차대조표상 자산계정을 합치면 18조달러에 이른다. 2005년 영국의 시민단체 ‘조세정의네트워크’는 개인 자산가들의 역외 자산규모를 약 11조5000억달러로 추정했다. 글로벌 총자산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액수다. 미국 조세운동단체 글로벌금융건전성(GFI)이 2009년에 내놓은 보고서에 의하면 개발도상국들은 2006년 한 해에만 불법적 금융거래로 입은 손실액이 약 8500억~1조달러에 이른다. 


각국 자본가와 유력자, 다국적 기업들은 역외금융으로 탈세를 한다. 해마다 역외자산이 생성하는 소득의 탈세추산액 2500억달러는 전 세계 개발도상국 총 원조액의 2~3배에 달한다. 


스타벅스는 영국에서 700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1998년부터 지금까지 약 5조원의 매출을 올리면서도 법인세는 고작 144억원만 냈다. 로열티, 수입비용 등을 비싸게 쳐서 네덜란드로 보내고 주된 이윤에 대한 과세는 법인소득세율이 2%에 불과한 스위스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구글은 지난해 조세피난처인 버뮤다로 98억달러의 수입을 이전해 세계 각국에서 20억달러의 법인세를 회피했다. 아마존은 유럽 지역 총괄거점을 조세피난처인 룩셈부르크로 이전함으로써 영국 법인에서는 2010년에 매출 5조원을 올리고 순이익이 2300억원이었는데도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미국에서 거둬들인 수익 중 210억달러를 해외로 빼돌려 45억달러(약 5조355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탈루했다.


한국도 역외금융 문제를 앓고 있다. 조세정의네트워크는 1970년부터 2010년까지 40년 동안 한국에서 조세피난처로 옮겨간 돈이 7790억달러로 중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계 3위 규모라고 밝혔다.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해 12월부터 이뤄진 정기 세무조사에서 ‘이전가격’을 통한 조세회피를 발견하고 르노삼성차에 대해 700억원을 추징과세했다.


역외금융은 조세 불공정과 재정위기를 심화시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에 의하면 세계적으로 중소기업들은 법인세 부담세율이 30% 정도인데 다국적 대기업들은 5%만 부담한다. 1960년대 미국 기업들은 미국 전체 소득세의 약 5분의 2를 부담했으나 현재 이 수치는 5분의 1로 떨어졌다. 최상위 0.1%가 1960년 세율로 납세했다면 연방정부는 2007년 2810억달러 이상의 세금을 더 거둬들였을 것이고 미국의 재정위기는 훨씬 덜했을 것이다.


역외금융은 기업 채무를 조장한다. 역외에서 차입하고 대출금에 대한 이자를 역외 자회사에 상환함으로써 이익은 조세회피하는 역외에 남기고 역내에서는 이자를 손비 처리해 세제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역외금융은 조세의 소득재분배 역할을 무력화해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역외금융 주도국인 영국과 미국에서 불평등이 심한 데는 이러한 배경이 있다. 역외금융은 온갖 규제를 약화시켜 사모펀드와 파생금융상품을 증가시키고 금융위기를 격화한다.


이전가격을 악용한 역외탈세가 심각하게 대두되자 유엔은 지난해 10월 OECD의 이전가격 과세지침과는 별도의 매뉴얼을 마련했다. 영국 재무부는 다국적 기업의 세금 회피를 차단하기 위한 세제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OECD도 역외 과세개혁 보고서를 준비 중이다. 요청 시 정보공유를 넘어서서 역외금융 내역의 전면 공유를 의무화하고 이전가격을 조사해 실질이익을 과세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비과세를 보장하는 이중과세방지협정을 폐기해 기업활동 소재지에서 낸 이익에 대해 철저히 과세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국제적 공조를 통해 조세피난처를 없애야 할 것이다. 조세피난처는 세계 경제에서 핵폭탄만큼 위험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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