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인 샌드위치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 우리는 한국을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다. 인도와 일본 사이에 끼였다는 말 정도가 적당하다.”
이런 표현은 이제 우스갯소리가 아닌 현실이다. 중국에서 한국 기업의 존재를 만날 수 있는 일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한때 중국 굴착기 시장의 1위를 차지하던 D사의 몰락, 국내 유통업계의 자존심인 E사와 L사의 중국 사업 뒷걸음, 3조원 넘게 들여 공장을 세우고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골칫거리만 남긴 S조선사의 사례뿐 아니라 다른 대기업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이동전화 시장의 1위까지 올라갔던 기업은 현재 4위마저 위협받고 있으며, 자동차도 별반 다르지 않다. 경쟁력도 갖기 힘들지만, 전기차 시장의 확대 등 중국 정책 변화에 고생하는 우리 기업을 보면 안쓰러울 정도다.
필자는 몇 년 전부터 중국보다 기술적 우위가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새로운 대중국 전략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이런 전략은 차치하고, 밀물에 수문을 여는 한·중 FTA 발효 등으로 혼란의 대중국 경제 교류에 더욱 큰 부담을 안기고 있다.
대중 강연에서 좋지 않은 습관인데, 경제를 이야기할 때 ‘앞으로 우리가 중국에 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을 던지곤 한다. 물론 청중은 반갑지 않은 얼굴로 대부분 침묵으로 응답한다. 그런데 실제로 팔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은 나 역시도 쉽지 않다. “제가 생각했을 때 매년 40%씩 늘어나는 중국인 관광객을 통한 서비스 시장, 한류를 이용한 문화 콘텐츠 시장, 아직은 힘이 살아있는 게임 시장, 중국의 안전 문제로 인한 고부가가치 식품산업 등이 가능성 있지 않을까요”라고 자신없게 이야기할 뿐이다.
한국 대.중소기업의 대중국 수출비중 _경향DB
이런 입장은 지난 4일 중소기업청이 주최한 ‘중국 자본의 한국 투자현황 및 대응방안’ 세미나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사실 중국의 한국 투자사례 가운데 소개할 만한 경우는 많지 않다. 쌍용자동차나 무안 한·중 미래도시, 무산된 중국공정총공사의 부산 엘시티 투자 등이 더 화두가 되는 상황이다.
이런 현실에서 지난주 필자의 중국 대기업 등을 상대로 한 투자유치 활동은 우리의 현실을 다시금 확인하는 자리였다. “시장을 바라봐도, 원료를 바라봐도 한국은 그다지 매력있는 투자처가 아닙니다. 노동환경도 녹록지 않습니다.” 중국 대기업의 해외투자 담당자들의 의견은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희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금융, 의약, 의료기기나 서비스, 건강식품 기업 가운데 상장사 등 유망한 기업에 투자할 의사가 있습니다. 좋은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이는 그들의 투자의향을 읽을 수 있는 말이었다. 중국 투자자의 이런 입장에 우리 기업들은 우선 공포심부터 들 것이다. ‘우리 기술만 빼먹고, ‘먹튀’가 되려는 것은 아닐까요?’ 등.
그런데 문제는 선택의 시간과 기회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시간이 지난 후에도 우리 기업들에 기회가 올 것인가를 물어보자. 협력의 기회는 갈수록 사라질 것이다. 거기에 마땅한 대안도 없다.
이런 상황이라면 국가부터 대중국 경제 전략을 다시금 짜야 한다. 매년 20%가량 상승하던 대중국 수출 증가율이 이제 마이너스로 돌아섰는데, 여전히 중간재 수출이라는 이전과 같은 패턴으로 중국을 바라보는 우를 범하면 안된다. 하지만 이런 전략이 완성되어도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을 상대할 수 있는 인재들이다. 그래서인지 10년 전 누군가가 제안한 ‘10만 중국 전문가 양성설’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조창완 | 중국전문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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