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미국의 금리인상을 주목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사실상 ‘환율전쟁’을 선포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어제 위안화 환율을 달러당 6.4559위안으로 고시했다. 지난 8월 초와 비교하면 4개월 새 위안화 환율은 4.5%가량 상승(가치 하락)했다. 국제금융센터가 집계한 14개 주요 해외 투자은행의 위안화 환율 평균 전망치는 1년 뒤 6.7143위안까지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말 7위안대까지 위안화 가치가 떨어진다는 전망도 있다.
앞서 중국은 지난 주말 13개 무역상대국 환율로 구성된 통화바스켓에 위안화 환율을 연동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위안화 가치를 더 떨어뜨리기 위해 미국 달러화와의 연결고리를 끊고 독자적인 환율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의 공식 환율 시스템은 관리변동제지만 미 달러화와 연동해 하루 변동폭을 2% 이내로 제한한 사실상 고정환율제이다.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오는 17일 금리를 올리면 달러화 가치가 상승하고, 유로화나 엔화 등의 가치는 하락한다. 위안화도 약세가 예상되지만 달러화에 묶인 탓에 다른 통화에 비해 절하폭이 작아 상대적 강세를 보이게 된다. 수출 부진과 성장률 둔화에서 벗어나기 위해 위안화 고환율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 중국이 환율 시스템 변경과 위안화 절하로 미 금리인상에 맞불을 놓은 셈이다.
미국 금리 인상기 관련 위기 사례_경향DB
미국 금리인상과 중국 위안화 약세 틈바구니에 낀 한국 경제는 위험성이 훨씬 커졌다. 당장 가뜩이나 위축된 수출이 더 침체할 우려가 크다. 위안화 가치가 지금보다 더 떨어지면, 수출시장에서 중국과 경합하는 국내 기업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중국의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대중국 비중이 25%에 이르는 한국의 수출은 큰 타격을 받는다. 미 금리인상을 앞두고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외국인 투자자금이 이탈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에 이어 중국까지 잇따라 환율전쟁에 뛰어들고 있지만 한국은 강구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 환율전쟁은 기축통화 또는 준기축통화 보유국이 벌이는 것이고 주변국은 그저 당할 뿐이다. 그래서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와 같은 사태가 한국에서 재발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향후 펼쳐질 강달러화, 약위안화 시대를 앞두고 정부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비상계획을 세우고 대응해야 한다. 지금 외환보유액이 넉넉하다고 안심할 일이 아니다.
'온라인 경제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고]대중국 경제 전략 다시 짜야 한다 (0) | 2015.12.18 |
---|---|
[사설] 미국 금리 인상 역풍 맞은 한국, 가계부채 대책이 없다 (0) | 2015.12.17 |
[기고] 원샷법, 재벌특혜법이 아니라고요? (0) | 2015.12.14 |
[사설] 미국 금리 인상 예고, 중대 기로에 선 한국 경제 (0) | 2015.12.14 |
[기고] 금융교육 차원 높이려면 ‘맞춤형’으로 (0) | 2015.12.1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