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글로벌 경제가 초긴장 상태다. 미국 금리 인상 여부는 연준 회의가 끝나는 16일 오후(한국시간 17일 새벽) 결정된다. 재닛 옐런 의장이 “금리 인상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밝힌 터여서 인상은 기정사실이 되었다. 여기에 저유가 쇼크와 위안화발 통화전쟁까지 겹치면서 환율 변동성이 높아지는 등 시장은 살얼음판이다. 한국에서도 3분기에만 15개 신흥국 중 가장 많은 109억달러가 빠져나갔다. 환율 급등에 시중금리도 상승세다. 펀더멘털이 양호한 만큼 걱정은 없다던 정부의 호언이 무색할 지경이다.
그럼에도 최대 불안요인인 가계부채 대책은 미온적이다. 어제 발표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은 부채 관리 쪽으로 방향을 튼 것처럼 보이지만 주택담보대출에서 비중이 높은 집단대출은 제외하고 있다. 적용시점도 지방은 5월로 늦추는 등 총선을 겨냥한 경기부양에 미련을 둔 정부의 시각을 그대로 드러냈다. 가계부채는 1200조원에 육박했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한국도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총량을 줄이는 것만이 위험을 더는 방법이다. 내년 경제 여건이 쉽지 않다면서 장밋빛 전망을 하는 태도도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는 3.3%로 민간연구소의 2%대와는 차이가 크다. 정부는 내년에 고용과 소비가 나아질 것으로 보지만 가계부채와 임금정체, 기업상황 등을 감안하면 낙관적이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오른쪽 앞), 원유철 원내대표와 만나 노동구조 개편 법안과 경제활성화 법안의 연내 처리를 당부하고 있다. 청와대에선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과 현기환 정무수석(오른쪽)이 배석했다._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느닷없이 경제위기론을 꺼내 들며 국가비상사태 운운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은 더욱 생경하다. 국회의장의 법안 직권상정을 염두에 뒀다 하더라도 야당 분열을 입법 지연으로, 이를 다시 대량실업과 연관 지어 경제위기로 연결시키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다. 노동관련법이 노동자의 삶을 더 척박하게 만드는 대목에는 입을 다물고 있다. 위기산업 재편과 좀비기업 구조조정을 방치하다 뒤늦게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대량해고가 올 것처럼 얘기하는 것도 언어의 유희에 불과하다. 정작 필요한 위기 대응에는 느슨하면서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는 물불 가리지 않는 이중적 행태에 말문이 막힌다.
한국 경제가 중대기로에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국제경제 여건 악화에 제조업 동력 약화, 기업·가계부채 문제, 인구구조 변화 등 전례 없는 문제들과 마주하고 있다. 가계대출 구조를 약간 손보고, 사회적 동의도 안된 기업 활성화 법안 몇 개로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단선적이다. 며칠 전 한국개발연구원은 돈 풀기와 경기부양으로 상징되는 초이노믹스는 이제 안된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낙수효과는 없으며 성장을 위해서라도 불평등 해소가 시급하다는 것도 검증된 얘기다. 낡은 경제관으로 위기를 넘어설 수 없다.
'온라인 경제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설] 미국 금리인상, 중국 환율전쟁, 속수무책 한국 경제 (0) | 2015.12.15 |
---|---|
[기고] 원샷법, 재벌특혜법이 아니라고요? (0) | 2015.12.14 |
[기고] 금융교육 차원 높이려면 ‘맞춤형’으로 (0) | 2015.12.13 |
[기고] 원샷법이 재벌특혜법? (0) | 2015.12.08 |
[사설] 재벌가 금수저들의 특별한 승진 파티 (0) | 2015.12.0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