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문가가 운영하는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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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제칼럼

[기고]전문가가 운영하는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by eKHonomy 2018. 11. 21.

우리나라는 초고령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반면에 고령인구를 떠받칠 생산가능인구는 감소하기 시작했다. 2017년 통계청에 따르면 고령자 10명 중 6명이 노후준비에 대해 속수무책인 것으로 드러났다. 노후소득 보장은 개인의 차원이 아닌 국가적 차원에서 다루어야 할 문제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기초연금, 국민연금, 퇴직연금 및 개인연금으로 구성된 다층 노후소득보장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 중 중추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은 국민연금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인구고령화로 재정안정성을 위협받고 있고, 이에 따라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함에도 정부는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결국 대다수의 국민은 국민연금의 부분적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 대안 중 하나로 떠오른 퇴직연금은 적립금이 올해 말 약 200조원에 이르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퇴직연금도 적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는데, 무엇보다도 제도의 주인인 근로자와 사용자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회사가 운영하는 확정급여형이나 근로자가 책임지는 확정기여형에서 무관심이나 무지로 인해 퇴직연금사업자인 금융기관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무관심과 무사안일주의가 팽배한 탓에 적립금의 90%를 예·적금 등에 묻어 놓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니 지난해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7.2%인 데 반해 시장에 맡겨놓은 퇴직연금의 평균수익률은 1.9%에 머무른 황당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단언컨대 그 차이는 전문적인 운영구조와 책임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학계와 연구기관에서는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기금형 퇴직연금이란 노사가 퇴직연금의 운영을 담당할 수탁법인을 설립하여, 그 지배구조의 의사결정에 따라 퇴직연금이 운영되는 구조를 말한다. 회사는 경영에만 집중하고 연금운용은 노·사·전문가로 구성된 수탁법인(기금)이 전담하게 됨으로써 연금자산 운용에서 전문성과 책임경영이 제고될 것이다.

 

혹자는 수탁법인의 작은 규모 때문에 지금의 퇴직연금을 주도하는 사업자(금융기관)와 비교하면 열위에 있다고 말한다. 이는 기금형 제도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데에서 비롯된 것이다. 수탁법인은 연금 제도를 운영하는 의사결정기구로서 회사(사업장)와 비교되어야 한다. 지금 회사의 인사·총무·재무 부서의 업무 중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은 퇴직연금 관리 수준과 수탁법인이 상시적으로 관리하는 것과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물론 기금형 퇴직연금이 현재 퇴직연금이 가진 문제점을 모두 해결해주는 ‘만능열쇠’는 아니다. 특히 기금형이 당장 수익률을 높일 것이라는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 기금형 구조는 근로자의 노후소득보장이라는 ‘단일의 목표’ 아래 ‘합리적·전문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퇴직연금 본연 기능의 회복을 위한 것이다. 그리고 수익률 제고는 장기적인 결과로 따라오는 것이다.

 

기업경기 활성화와 고용이슈 못지않게, 연금제도 개선은 미래의 사회 안전망 구축을 위해 중요한 문제다. 기금형을 통해 근로자의 연금주권이 자본시장에서 힘이 발휘된다면 서구에서처럼 세련된 노사관계가 정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기금형 퇴직연금 법안이 국회에서 진지하게 논의되기를 기대해본다.

 

<김재현 상명대 교수·전 연금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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