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투쟁은 사회변혁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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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김수행 칼럼

등록금 투쟁은 사회변혁 신호탄

by eKHonomy 2011. 6. 16.
김수행 soohaeng@snu.ac.kr | 성공회대 석좌교수


영국 사회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을 우려한 영국경제인협회(CBI) 회장은 최근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기업 경영자 여러분이 일반 시민과는 다른 별에 산다고 생각한다면, 여러분은 외계인으로 취급되어 쫓겨날 것이다.”

반값 등록금이 큰 사회적 요구로 등장했다. 대통령의 4년 전 대선공약이었지만 MB는 이제서야 비로소 반값 등록금은 복잡한 문제니까 서두르지 말고 차분하게 해결하라고 이야기한 모양이다. 집권 초기의 쇠고기 촛불시위를 조금이나마 기억한 모양이지만 ‘진정성’은 전혀 없는 것 같다. 아직도 외계인처럼 일반 시민의 고통을 헤아리지 않고, 공공요금 인상, 전·월세 인상, 물가 폭등, 노동조합 탄압 등 일반 시민의 주머니를 터는 일에만 전념하고 있기 때문이다. 

 

등록금의 폭등은 MB 정부의 기업 프렌들리 정책의 당연한 결과다. 돈벌이하려고 대학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기업가에게 모든 것을 맡겼으니까 영리학교가 온갖 부정과 비리의 온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나라의 대학이 인재를 키우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돈 버는 것에만 매달리고 있는가. 재단이 학교에 돈을 대지 않고 오히려 학생 등록금을 받아 증권과 토지 등에 투기했다. 대학교육을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대학들은 등록금을 계속 인상해 독점이윤을 얻었고, 이런 재단의 부패를 폭로하고 저지할 수 있는 민주주의는 학교 안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오히려 MB 정부는 옛날의 비리재단을 복귀시키기도 했으며, 몇몇 총애하는 대학에 지원금을 듬뿍 안겨주었다. 

반값 등록금이 부패 재단에 국고를 보조하는 것이어서는 안된다. 물론 MB 정부가 검찰로 하여금 대학 재단의 부정과 부패를 파헤쳐서 기소하게 할 턱이 없지만, 학생에게서 받든 국고에서 받든 돈만 벌면 그만이라는 비리 재단을 해체하지 않고서는 등록금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한나라당은, 특히 박근혜 전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개방형 이사제를 도입해 사학의 투명성을 높이자는 사학법 개정안을 “반미·친북 이념을 주입시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떠들어 대면서 사학법 개정을 사실상 막은 것을 반성해야 한다. 

지난 4·27 재·보선에서 타격을 입은 한나라당의 원내대표가 유권자의 마음을 읽어 반값 등록금을 이야기함으로써 봇물이 터졌지만, 돈을 더 많이 버는 것을 ‘효율성’의 유일한 기준으로 삼는 친기업 정부는 대학을 정상화할 수도 없고 비리 재단을 축출할 수도 없으며 반값 등록금을 시도하려고도 하지 않을 것이다. 내년 3~4월쯤 반값 등록금이 지금처럼 큰 사회적 이슈가 된다면 한나라당은 사기꾼 정당, 외계인 정당, 부패한 부자 정당 등의 비판을 받으면서 지구 밖으로 쫓겨날지도 모른다.

고등학교 졸업생의 80%가 대학에 진학하는 과잉 교육열을 지적하면서 등록금 폭등은 학생과 학부모의 자업자득이며 정부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떠드는 인사들도 있다. 고등학교를 나와도 일자리를 찾아 자기의 적성을 살리며 생활을 보장받고 기를 펴는 사회에서는 하기 싫은 공부를 하려고 돈을 내면서까지 대학에 가려는 학생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높은 대학 진학률은 학생과 학부모의 극성 때문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차별 때문인데, 이 차별을 완화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다. 인간은 능력과 소질이 다르기 때문에 모두가 꼭 대학에 갈 필요가 없으며, 따라서 고등학교 졸업생이 일자리를 쉽게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지위와 보수에서 대학 졸업생과 큰 차이가 나지 않게 정부가 정책적으로 평등주의를 실현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부잣집 자식이 꼭 머리도 좋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런 평등주의는 부자들에게도 타당하다. 하기 싫은 공부를 하느라고 청소년에게 시간과 돈을 낭비하게 하는 것은 사회의 큰 손실이다. 

사교육 열풍이나 대학입시 경쟁은 따지고 보면 학부모들이 자기 자식의 장래를 걱정하기 때문이다. 아들딸이 어린 나이부터 경쟁의 스트레스에 짓눌려 살지 않고 협동과 평등의 정신으로 다른 학생들과 함께 즐겁게 놀게 하려면, 모든 사람이 일정한 수준의 기본생활을 할 수 있는 사회보장제도를 이 사회가 마련해야 한다. 소득에 따라 양심껏 세금을 내고 기본적인 수준의 의식주생활·교육·의료 등을 모든 주민(빈자든 부자든)이 함께 누릴 수 있게 되면, 사교육이나 입시경쟁은 사라지게 된다. 평등·협동·연대의 인간성을 연마하는 것이 이 지구에 사는 모든 사람의 덕목이다. 

반값 등록금 투쟁은 사회변혁의 방아쇠다. 이 기회에 우리 사회 전체를 비판적으로 파악해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주춧돌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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