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퇴하는 자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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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김수행 칼럼

쇠퇴하는 자본주의

by eKHonomy 2011. 5. 25.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

고리대금업과 상업으로 돈을 번 부자들이 토지로부터 쫓겨난 무산대중을 고용해 착취하는 과정에서 자본주의가 성립했다. 부자들은 자본가계급이 되었고 무산대중은 임금노동자계급이 되었다. 자본주의가 존속하기 위해서는 임금노동자계급을 자본가계급의 임금노예로 묶어두어야만 한다.

1950~70년까지의 복지국가 시기에는 임금노예가 노동조합과 노동자 정당을 만들어 자기의 이익을 주장하면서 자본가계급의 정치적·경제적·사상적 지배에 도전했다. 곧이어 1980년부터 신자유주의라는 반동의 시기가 왔고 ‘부자에 의한, 부자를 위한, 부자의 정치’가 시작되었다. 이것의 경제적 귀결이 2007년 여름부터 시작되어 아직까지도 계속되는 세계대공황이다. 자본가계급은 정부 전체를 사유화해 자기의 손실을 국민의 혈세로 메우면서 무산대중의 생존권을 박탈하고 무산대중에게 스스로 죽기를 강요하고 있다.

경제활동인구의 10% 이상이 실업자이고 청년층의 30%가 실업자이며, 실업자의 50% 정도가 12개월 이상의 장기 실업자인 현재의 상황에서 어느 국가도 실업자 축소대책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고 있다. 실업자를 이윤 증대의 수단으로 이용하려 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높은 실업률을 구실로 취업자의 임금수준을 깎고 노동을 연장하며 노동강도를 강화하고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전환시키면서 거대한 이윤을 얻고 있다.

빈부격차·계급대립 갈수록 심화

그리스 국민들이 정부의 긴축정책에 대한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출처: 경향신문 DB)

그리스가 긴축내핍정책을 채택함으로써 유럽연합과 국제통화기금으로부터 1100억유로의 긴급지원을 받은 것이 1년 전이다. 그리스 정부는 공공부문 노동자의 임금과 사회복지혜택을 줄여 이들의 소득을 30% 인하했다. 그러나 경기침체가 더욱 심해지면서 재정수입이 줄어 국가채무는 더더욱 증가했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이 신용등급을 낮춤으로써 그리스 정부는 2년짜리 국채에 25%의 금리를 주어야만 겨우 국채를 팔 수 있다. 이런 고금리 상태를 그리스는 견딜 수가 없다.

그리스 문제를 둘러싸고 독일과 프랑스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그리스에 유로통화지역을 탈퇴하라는 충고가 독일에서 나오고 있지만, 이것은 역사적인 협력의 산물인 유로를 살리는 방법도 아니고 약한 회원국 그리스를 살리는 방법도 아니다. 그리스가 옛 화폐인 드라크마를 다시 채택해 드라크마를 평가절하하더라도 수입물가가 상승해 수출경쟁력이 생길 수가 없다.

그리스뿐만 아니라 아일랜드·포르투갈·스페인·이탈리아 등도 국가채무에 허덕이고 있다. 이 때문에 그리스가 유로통화지역을 탈퇴하면 다른 나라들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유로는 사라질 것이다. 회원국들이 협력해 원래의 ‘유럽합중국’ 목표에 접근하려면, 유럽중앙은행이 각국 국내총생산의 60%에 해당하는 국가채무(유럽연합이 규정한 상한)를 장부상으로 이전받고, 이것에 의거해 자신의 채무증권(유로본드)을 국제투자자에게 발행함으로써, 국가채무가 많은 국가에 낮은 이자율로 자금을 공급할 수가 있다.

아프리카와 중동에서는 미국·영국·프랑스 등의 제국주의를 반대하고, 신자유주의를 채택해 민중을 억압하고 궁핍하게 만든 독재자를 몰아내는 인민혁명이 진행 중이다. 온갖 궁지에 몰린 자본주의 선진국의 지배계급은 대외침략주의와 외국인 혐오주의로 대중의 민족주의를 자극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와 주요 언론은 빈 라덴의 사살을 발표하면서 대중이 환호작약하기를 원했지만 전혀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무장하지 않은 빈 라덴의 사살이 불법적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지배계급의 비인간성과 비도덕성이 문제가 되고 있다. 또한 미국이 언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는가에 대해 대답하라는 요구가 거세게 나오고 있다.

사회가 기업 접수하는 게 대안

현재의 공황을 일으킨 장본인인 금융귀족은 실질이자율이 마이너스인 자금을 중앙은행으로부터 차입해 금융상품·귀금속·석유·곡물 등에 투기하면서 막대한 이윤을 얻고 있다. 이 결과로 대중은 일자리 감소, 물가 상승,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이제 자본주의는 빈부격차와 계급대립의 심화, 국제협력의 붕괴, 제국주의에 대한 제3세계 인민의 저항, 민주주의의 약화 등으로 쇠퇴하지 않을 수 없다.

자본주의 이외에는 대안이 없는 것이 아니라 매우 간단한 대안이 있다. 사회가 모든 기업을 접수해 이윤을 추구하지 않고 주민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면 된다. 자본가계급은 이윤을 얻으려는 모든 수고를 면제받으며, 임금노동자계급은 모든 분노를 잊어버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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