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시즘의 야만과 인민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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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김수행 칼럼

파시즘의 야만과 인민대중

by eKHonomy 2011. 8. 3.
1년 전에 그리스 국가채무를 긴축내핍정책으로 해소할 수 있다는 트로이카(국제통화기금, 유럽중앙은행, 유럽연합)의 판단은 오류였음이 드러났다. 국내총생산은 오히려 감소했고 국가채무는 더욱 늘어났으며, 이제 또 만기가 된 국채를 그리스 정부는 갚을 수가 없었다. 유럽금융안정기금(EFSF)은 그리스를 위해서라기보다는 국채 소유자인 독일과 프랑스 은행들을 위해 그리스에 이전보다 낮은 금리와 긴 상환기간으로 자금을 대출했다. 더욱 강력한 긴축내핍과 사유화를 견뎌야 할 그리스 인민대중의 생활은 암담하다. 

 
그리스의 아테네 증시에서 주식시세판 옆을 걷고 있다. | 2011.10.04 | AP연합뉴스 | 경향신문 DB 


세계대공황을 야기한 국제금융자본가들은 신용평가기관들을 앞세워 국가채무가 많은 나라들의 신용등급을 낮추어 이자 부담을 더욱 높이고 있다.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뿐 아니라 미국도 당했다. 유럽연합은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 피치 등 뉴욕에 근거를 둔 기관 대신 유럽에 근거를 둔 새로운 평가기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 신용평가기관들은 B등급의 모기지담보증권(MBS)을 A등급으로 위장함으로써 의뢰은행이 치부하도록 했지만 결국 증권가격을 폭락시킨 장본인들이다.

오바마는 이번 재선운동에서도 초선운동에서와 마찬가지로 어느 누구보다 많은 선거자금을 월가로부터 받고 있다. 금융귀족들에게는 거대한 구제금융과 온갖 혜택을 제공하면서 실업자와 가난한 시민들에게는 “돈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더욱이 오바마는 국채한도 인상을 공화당과 협상하면서, 노인과 저소득층을 위한 의료 보장, 교육비·실업수당·식료품지원 등 사회보장을 대폭 삭감하겠다고 미리 선언함으로써, 민심을 잃을까 걱정하는 월가와 공화당을 안심시켰다. 

노르웨이의 극우 청년이 유례없는 살인극을 벌였는데, 이런 야만은 부르주아적 지도층의 이데올로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부자들은 억압받고 가난한 이들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므로 사회적 화합을 이루기보다 그들을 배제하고 제거하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티파티운동은 극우 공화당 정치인과 대기업의 후원을 받아 실업과 빈곤의 원인을 ‘큰 정부’나 이민과 이슬람 때문이라고 떠들면서 정부의 사회안전망을 폐기하여 지출을 축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한 극우세력은 사회파괴자를 색출한다는 미명 아래 영장 없는 구속, 도청, 폭력을 지지하고 있는데, 이것은 민주주의를 크게 후퇴시키고 있다. 더욱이 무력으로 세계 각국을 침략하는 것을 ‘민주주의의 확대’라고 앵무새처럼 되뇌고 있기 때문에, 제국주의적 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리하여 지금 우리는 21세기의 파시즘 현상에 직면하고 있다. 온갖 과학기술로 무장한 제국주의 국가권력이 부르주아 경제권력과 야합하면서 인류의 대부분을 억압과 착취와 배제의 심연에 빠뜨리고 있다. 사실상 2008년 9월에 폭발한 세계대공황은 1980년대부터 시작된 신자유주의와 세계화가 야기한 실업자 증가, 빈부격차 확대 및 이것에 따른 채무 누증에 기인했다. 실물적 바탕이 금융적 투기를 감당할 만큼 견고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사상누각이 붕괴한 것이다.

문제는 지난 30년간 극우 파시즘이 점점 더 튼튼하게 되는 것을 왜 막지 못했는가에 있다. 가장 큰 이유의 하나는 우파의 보수주의에 대항하는 좌파의 사회민주주의가 영국의 노동당, 독일의 사민당, 프랑스의 사회당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전투적인 노동조합 및 좌파세력과 연대하여 금융자본이 지배하는 자본주의체제를 변혁하려 하지 않은 점이다. 사민주의 정당과 노동조합은 오히려 금융자본을 도입하여 경기 회복을 도모하려 했기 때문에 보수당과 마찬가지로 사회보장제도를 축소하고 노동계급의 궁핍화를 촉진했다. 

이제 유권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와 서민들 스스로 주체적으로 아래로부터 파시즘적인 자본주의를 변혁해야만 한다. 각 분야에 걸쳐 있는 노동운동-시민운동-환경운동-여성운동 등을 연결하여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고 파시즘 권력에 대항해야 한다. 모든 부정과 부패를 제거하고, 사회적 안전망을 넓혀 소비수요와 투자수요를 증가시키면 실업자와 비정규직이 축소되면서 경제가 성장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부를 창조하지 않는, 금융적 투기에 종사하는 은행과 금융기업들은 유휴화폐를 생산부문에 동원하는 공공기관으로 전환시켜야 할 것이다. 사회의 모든 인적·물적 자원을 소수 자본가의 이윤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주민 모두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사용하려면 고도로 발달한 쌍방향의 정보기술(IT)을 이용하면 될 것이다. 이것이 억압과 착취가 사라진 평등하고 평화로운 새로운 사회다. 파시즘의 야만과는 매우 다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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