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콘신 주의 민중 항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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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김수행 칼럼

위스콘신 주의 민중 항쟁

by eKHonomy 2011. 3. 22.

김수행|성공회대 석좌교수

미국 오바마 정부는 연방정부의 예산적자를 줄이기 위해 50개 주 정부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다. 이 때문에 주 정부는 공공부문 노동자의 해고와 보수 인하, 학교·도서관·소방서·보건소·공원 등의 폐쇄와 축소를 둘러싸고 시민들과 충돌하고 있다.

여기에다 위스콘신 주지사는 공공부문 노동조합의 단체협상권을 빼앗는 법안까지 주 하원에서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이에 교사·학생·노동자·시민들이 이 법안의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주 의사당을 16일 동안 점거해 전국적으로 큰 호응과 지지를 받았다.

아마 이런 대중운동은 1960년대의 흑인민권운동과 1970년대의 베트남전쟁 반대운동 이후 처음인 것 같다. 물론 부시 정권의 부자 감세정책과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반대하는 민중이 지난 대선 기간에 보여준 ‘변화’에 대한 열망을 우리는 잊을 수가 없다. 이 정치적 급진화의 최대 수혜자는 오바마 후보였다.

2008년에 폭발한 미국과 세계의 경제공황은 지난해 6월부터 그리스·포르투갈·아일랜드·스페인·프랑스·영국 등에서 긴축·내핍 정책에 반대하는 대중운동을 야기했다. 금년 초부터는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신자유주의적 독재정권을 타도하는 민중운동을 촉발했다. 이제 드디어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중심부인 미국에서 친기업적인 공황대책에 반대하는 거대한 민중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출처: 경향신문 웹DB

친기업·부자 감세로 민중 부담

미국의 예산적자는 클린턴 정부에서는 없었다. 부시 정부가 부자에게 감세하고 중동에서 침략전쟁을 시작함으로써 생긴 것이다. 그런데 변화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아 당선된 오바마 대통령이 중동전쟁을 더욱 확대할 뿐 아니라 부자에 대한 감세법을 연장했으니까 예산적자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예산적자가 고스란히 힘이 없는 민중의 부담으로 돌아오니까 들고 일어난 것이다.

지금 전국 50개 주 정부가 제거해야 하는 2011 회계연도(2010·10·1~2011·9·30)의 적자 총액 1300억달러는 사실상 매우 간단하게 연방정부가 지원할 수 있다.

첫째, 작년 12월 연방의회에서 통과된 ‘부시 정부의 부자 감세법 연장’은 부자들의 주머니에 앞으로 10년간 7000억달러를 넣어줄 것이므로, 이 세금 횡재의 2년분만 회수하면 1400억달러가 된다.

둘째, 2010 회계연도의 국방비 지출액이 8470억달러이므로 이 국방비를 2011년에 15%(1300억달러)만 줄이면 된다. 셋째, 최대 갑부 400명의 총자산 1조3700억달러에 10%의 세금을 매기면 합계 1370억달러가 국고에 들어온다.

넷째, 법인의 이윤 총계가 2010년 급증하여 1조6600억달러에 달했다. 이 이윤 총계에 8%의 세금을 매기면 1328억달러가 된다.

다섯째, 정부가 법인들에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법인세를 인하했다. 지금 법인들은 2조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 이 유휴현금에 10%의 세금을 매기면 2000억달러의 추가 세금이 들어온다.

여섯째, 헤지펀드의 자산은 2010년 초 1조1800억달러에서 연말에 1조9200억달러로 63% 급증했다. 헤지펀드 경영자들이 받는 표준적인 보수는 총자산의 2%와 자산 증가분의 20%이므로, 이들의 총보수는 1860억달러일 것이다. 헤지펀드 경영자로서 2010년에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사람은 50억달러를 챙겼다. 이들의 거대한 보수에 80%의 세금을 부과하면 1488억달러의 세수를 얻을 수 있다.

항쟁 번져야 새 공황대책 나온다

계산은 이처럼 매우 간단하지만 누가 이것을 실행할 수 있을까? “동등한 권리와 권리가 서로 맞섰을 때는 힘이 문제를 해결한다.” 마르크스의 이야기다. 지금 미국의 지배계급은 빈곤·실업·예산적자 등이 모두 공공부문 노동자의 ‘높은 보수’에 있다고 야단이다. 동일한 경력과 교육수준의 두 노동자를 비교하면 실제로 공공부문 노동자의 보수가 14%나 낮지만, 사회적 위기의 책임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거짓 선전을 하는 것이다.

현재 취업 흑인 여성의 45%, 아프리카계 미국인 전문가의 50% 이상이 주 정부와 지방정부에 취업하고 있는 것은 1960년대의 거대한 흑인민권운동에 놀라 백인 지배계급이 인종차별 없는 일자리를 공공부문에 만들었기 때문이다.

위스콘신에서 벌어지는 민중항쟁이 미국 전체로 번져야만 새로운 공황대책이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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