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지역이 무너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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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김수행 칼럼

유로지역이 무너질까

by eKHonomy 2011. 1. 19.

김수행 | 성공회대 석좌교수

유럽연합(EU) 27개 나라 중 17개국이 참가한 통화통합(유로지역)이 지금 국가채무 위기로 큰 혼란에 빠져 있다.

그리스가 2010년 5월 EU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긴급 구제금융을 받은 이후, 과거 10년간 모범국으로 칭찬이 자자하던 아일랜드도 2010년 11월 긴급지원을 받은 데다, 포르투갈과 스페인마저 안전하지 않다는 소문이 파다하기 때문이다. 스페인은 유로지역 총 국내총생산의 12%를 차지하는 제4위의 나라(독일·프랑스·이탈리아 다음이다)로 각각 2% 정도에 불과한 그리스·아일랜드·포르투갈과는 그 중요성이 전혀 다르다.

유로지역의 장래가 불확실하니까 유로의 가치가 떨어지고 포르투갈·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PIGS)의 정부와 금융기업들은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차입할 때 기준금리보다 훨씬 더 높은 금리를 지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유로지역의 위기가 개별 국가의 경제운용 부실 때문이 아니라 유로지역 자체가 지닌 구조적 불균형 때문에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브 레테름 벨기에 총리가 헝가리의 오르반 빅토르 총리에게 EU기를 전달하고 있다 |
경향신문 DB


유로가 탄생한 1999년 이래 유로지역 전체의 대외 경상수지는 대체로 균형을 이루었지만, 유로지역 안에서는 독일·프랑스·네덜란드·오스트리아·핀란드·룩셈부르크는 계속 흑자를 올렸고, PIGS는 계속 적자를 본 것이다.

그런데 경상수지 적자를 보는 나라들은 수출을 증가시킬 수 있는 수단이 평가절하는 불가능하고 오직 기술혁신과 임금인하뿐이기 때문에, 수출 확대는 사실상 매우 어렵다. 그런데 유로지역의 패권국인 독일은 동독의 흡수통일 과정에서 임금수준을 크게 낮추고 복지비 지출을 삭감하며 비정규직을 확대함으로써 수출증진에 전념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것이 유로지역의 구조적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구조적 불균형 심화가 위기 원인

경상수지 적자국도 2008년 9월 세계공황이 폭발하기 이전에는 별로 적자에 신경쓰지 않았다. 왜냐하면 유로지역의 구성원이라는 신뢰성과 세계경제의 활황으로 말미암아 외국의 투기자본이 부동산부문 및 금융부문에 대규모로 투자했기 때문이다.

아일랜드의 경우 예산적자나 실업자가 없었는데, 세계공황과 함께 부동산부문과 금융부문의 거품이 터지면서, 외국자본은 떠나고 실업률은 2010년 초 14%에 달했다. 금융제도 전체가 붕괴할까 겁이 난 정부는 은행예금 총액 4800억유로(GDP 1680억유로의 3배)를 지급보증했고, 부실은행에 자본을 투입하기 위해 주식과 유독자산을 매입했다. 이리하여 예산적자가 2009년 GDP의 14%에서 2010년에는 32%로 급증했고, EU와 IMF로부터 긴축내핍정책(대중의 생활수준을 저하시키는 정책)을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긴급 구제금융을 받았다.

그런데 이 구제금융은 주로 만기가 된 아일랜드 국채(소유자들은 주로 독일·영국·프랑스·미국 등의 금융기업들이었다)를 상환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EU와 IMF는 구제금융을 제공하면서 각각 6.05%와 5.7%라는 높은 금리를 요구했다. 아일랜드 국민들은 긴급 구제금융을 받는 것에 크게 반대했으며, 하원에서 찬성 81표, 반대 75표로 겨우 통과됐다. 오는 3월쯤 실시될 총선에서 이긴 정당이 긴축내핍정책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의문이다.

지금 유로지역의 장래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가능성이 이야기되고 있다. 첫째는 경상수지 적자국이 유로를 버리고 옛날 자국 통화로 돌아가서 평가절하를 통해 수출을 증가시킨다. 둘째는 독일과 프랑스 등 대국이 골치 아픈 유로를 떠난다. 셋째는 경상수지 적자국이 유로와 자국 통화를 함께 사용하는데, 유로는 오직 대외지급준비수단으로만 사용한다. 넷째는 독일과 프랑스 등 대국이 너무 수출에 전념하지 말고 사회보장제도와 노동시장을 개선해 내수시장을 확대함으로써 유로지역 전체의 구조적 불균형을 제거하여 유로지역을 살린다. 다섯째는 EU 자체의 예산을 크게 확대하여 EU를 ‘유럽연방공화국’으로 재조직함으로써 구조적 불균형 문제를 EU 자체의 예산으로 해결한다.


EU 자체예산 확대 등이 해결법

사실상 위의 가능성은 어느 것이나 손해를 보지 않고 쉽게 실현될 수는 없다. 세계화하고 있는 자본주의 경제를 다수의 국민국가를 포함하는 지역공동체의 차원에서 계획·조정·규제하는 것이 EU와 유로의 큰 과제이므로, 위에서 제시한 넷째와 다섯째의 가능성을 현실성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새로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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